대형 태풍 다가오는데…'쌀'이 없는 일본 슈퍼마켓

수요 폭증·공급 위축 맞물려 식용 쌀 품절
공장용 쌀은 폐기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대형 태풍 '산산' 상륙을 앞둔 일본 소매점에 '쌀'이 동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민들이 쌀을 사재기한 데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면서 쌀 수요가 갑자기 치솟았기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일본 마트 내 쌀 매대가 텅 빈 사진들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현지 누리꾼들도 걱정된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가정주부라는 한 엑스 이용자는 "근처 마트를 꽤 돌아다녔는데 (쌀은) 품절"이라며 "쌀을 파는 선반 위에만 아무것도 올려져 있지 않다"고 상황을 전했다.

품절된 일본 슈퍼마켓 쌀 매대 [이미지출처=엑스(X) 캡처]

실제 현재 일본은 쌀 수급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일본 일간지 '아사히 신문'은 지난 6월 말 기준 쌀 민간 재고량이 156만톤(t)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갑작스러운 쌀 공급 차질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지난해 5월부터 일본 열도에는 유독 일조량이 부족했고, 여름에는 이상 폭염으로 작물이 피해를 봤다. 이에 따라 올해 쌀 수확량이 급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이 늘어났고, 코로나19 이후 내국인들도 외식을 즐기는 등 '보복 소비'가 이어져 쌀 수요가 폭증했다. 일본 정부의 식용 쌀 공급 통제도 쌀 수급 대란을 키웠다는 게 매체의 지적이다. 또 지난 8일 일명 '난카이 해곡 지진' 우려 때문에 각 가정집이 일찌감치 쌀을 사재기해 둔 것도 원인이 됐다고 한다.

오사카 지방 정부는 80% 이상의 소매점에서 쌀이 품절됐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1993~1994년 당시 흉작에 따른 일명 '헤이세이 쌀 대란'과 유사하다며 '레이와(2019년 이후 일본의 연호) 쌀 소동'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식용 쌀 공급은 차질을 빚고 있지만 버려지는 쌀도 매년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아사히는 일본의 쌀 업체들이 주먹밥이나 초밥, 도시락 등을 제조하는 식품 공장에도 납품하고 있다며, 이런 제품 중 팔리지 않은 폐기물 분량이 1일 약 40t, 순수 쌀 무게만 8t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한쪽에선 쌀 공급이 끊기고 다른 한쪽에선 과다하게 공급되는 이유에 대해 현지 식품 전문가는 "기업은 판매 기회를 잃을 것을 우려해 실제 수요 이상의 쌀을 주문하고 있고, 소비자는 항상 신선한 식품을 입수해야 한다는 생각을 당연하게 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아직 먹을 수 있는 상품이 곧바로 폐기되면서 쌀 폐기량도 늘어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슈&트렌드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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