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진기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미 전역에 반도체 제조시설을 대거 확보한 가운데 시설 건설과 관련한 환경 영향 평가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환경 단체의 반발이 현지에서 거세게 불고 있다. 지정학적·경제적 영향력을 위해 공장을 유치했지만, 제조 과정에서 시민의 건강·안전에 유해 물질이 나오진 않는지 꼼꼼하게 파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최근 세계적인 민간 환경운동단체인 시에라클럽을 비롯해 여러 환경 단체와 노동조합 연합이 미 상무부에 반도체 기업의 환경 영향 평가 조사 초안 제출 관련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환경·노조 연합은 제조시설 건설 자체를 막을 생각이 없다고 강조하면서도 과거 미국에서 유해 물질로 지역 환경이 타격을 입은 적 있어 관련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지원법으로 연방 자금을 받는 기업들은 미국 국가환경정책법(NEPA) 적용을 받는다. 기업들은 이에 근거해 환경 평가를 받았는데 평가 기준이 불투명해 기업들의 조치가 구체적이지 않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또 반도체 업체들이 화학 물질 대부분을 산업 기밀이라며 관련 정보를 제대로 공유하지 않아 잠재적 위험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도체지원법으로 미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에 책임감 있는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지난해 결성한 단체 칩스커뮤니티유나이티드도 상무부에 반도체 기업의 프로젝트마다 강력한 환경 영향 평가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하라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들은 회사가 어떻게 이 사안을 관리하고자 노력하는지를 설명하고 모니터링하는지 등에 대해서도 투명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재까지 상무부가 환경 영향 평가 초안을 받은 기업은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 인텔과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다. 세 기업의 초안 모두 관리가 잘 이뤄지는 한 심각한 환경 문제는 없다고 환경 영향 평가 결과를 내놓은 상태다.
비영리 환경단체 공공환경검사센터(CPEO)의 레니 시겔 이사는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환경에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환경 영향 평가 초안은 이러한 영향을 완화하고자 무엇을 할지 가정을 담았지만, 실제 이러한 완화 움직임이 실행될지는 보장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 반도체지원법을 제정하고 제조시설 건설에 527억달러의 지원금과 첨단 시설 및 장비 투자에 대한 세액 공제 혜택을 지원했다. 자국 기업인 인텔, 마이크론, 글로벌파운드리를 비롯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TSMC 등 해외 반도체 기업까지 이를 바탕으로 미국에 제조시설 건설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