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공족' 환영하는 카페들…'카공 문화 활발, 꾸준한 수요 촉진'

카공 반기는 매장 "매출 오히려 늘어"
치열한 카페 시장서 차별화 전략 활용
전국 카페 사업자 수 5년새 48%↑

지난 14일 오후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 매장에서는 잔잔한 노래가 흘러나오고, 자리마다 콘센트가 비치돼있어 조용한 분위기였다. 16개 중 13개 테이블의 고객들은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거나, 책을 펼치고 공부하고 있었다.

카페를 운영하는 황지원씨(29)는 "카공을 막지 않는 매장은 매출이 좋지 않을 거라 생각되지만, 오히려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이 많이 늘고 있다"며 "7년간 프랜차이즈 매장 운영했을 때보다 현재 매장이 더 잘 되고 있다"고 말했다. 평일 낮이었지만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손님들도 여럿이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의 모습. 대부분의 고객들이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모습이다.[사진=염다연기자]

최근 카페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이 늘어나며 이들을 환영하는 카페가 증가하고 있다. 오랜 시간 머물며 휴대전화 및 노트북을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매장을 공부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어두는 것이다. 카공족을 꺼리던 기존 인식과는 상반된 트렌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는 '카공하기 좋은 카페'의 목록도 공유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황씨는 "카공 문화가 활성화되면서 꾸준한 수요가 있다 보니 갈수록 더 많은 손님이 방문해주고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인근 카페에서 근무하는 박모씨(28)도 "매장의 1층은 주로 여러 명 방문하는 고객이라면 2층은 공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돼가고 있다"며 "사장님도 처음에는 부정적으로 봤는데, 카공 손님이 많아지니 요즘엔 오히려 반기는 눈치"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카페에서는 카페 내에서 노트북 사용을 금지하거나 별도로 유료 결제 후 콘센트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침을 적용하고 있다. 낮은 회전율과 전기료 등이 그 이유다. 평소 카공을 즐겨한다는 윤모씨(23)는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보통 카공을 하는데 개인 카페의 경우 눈치 보는 일이 많았다"며 "요새는 카공을 할 때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카페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아 찾아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 관악구의 한 카페에 '내부에서 노트북을 이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치열한 카페 업계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수단으로 풀이된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전국 커피전문점 사업자 수는 9만6398명으로 1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6만5340명에서 5년 새 48%가 증가했다.

그만큼 카페는 높은 폐업률도 기록하고 있다. 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폐업한 서울시 카페 수는 1101곳으로, 해당 정보가 공개된 이후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카페 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카공족이라는 새로운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며 "혼자 앉아 작업할 수 있는 매장 환경을 조성하는 등 하나의 차별화된 영업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29)는 "이전에 카공족이 많지 않았을 때와 비교해보면 매출 등에 큰 차이가 없다"며 "카페에서 노트북을 못 하게 하는 등 어떤 규칙을 정해두는 것은 손님 입장에서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씨는 "카공족 인식이 좋지 않다 보니 오히려 방문하시는 분들이 조심스러운 느낌이 있다"면서도 "극단적으로 프린트기를 들고 오는 수준만 아니라면 환영하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과거에는 카페가 다른 사람과 함께 얘기하는 공간으로 소비가 이뤄졌다면, 이제는 혼자 이용하며 공부나 업무를 하는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며 "카공족과 같은 사회의 흐름이나 수요에 맞춰서 운영하는 카페들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부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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