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은기자
제79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여야가 갈라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고 광복회가 주최하는 별도 행사에 참석한다. 이들은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은 14일 오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시민사회와 함께 '광복 79년 윤석열 정권 굴욕외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윤 정권은 임기 내내 집요하게 친일 행적으로 일관했다"며 "독립기념관은 국민의 피 같은 성금으로 문을 연 곳인데, 독립기념관장까지 친일 세력이 차지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모든 혼란과 분열의 책임은 윤 대통령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6개 야당은 김 관장이 '뉴라이트(신우파)'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김 관장이 과거 강연에서 한 발언 등을 근거로 그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고 1948년 건국절을 제정하려고 한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 개혁신당을 제외한 다른 야당들은 정부가 주최하는 경축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개혁신당은 "인사의 부적절성과는 별개로 일제로부터의 광복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정부 수립을 경축하는 국가 행사의 의미를 존중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15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리는 광복회 주최의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한다. 광복회는 정당과 정치권 인사를 초청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의원들은 자체적으로 참석한다는 방침이다.
김 관장을 둘러싼 논란은 지난 7일 광복회(회장 이종찬)가 김 관장 임명에 반발하며 시작됐다. 이 회장은 이날 CBS라디오에 출연해 "(김 관장은) 이승만 대통령을 신격화시키면서 한편으로는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전락시키려는 거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MBC라디오에 출연해 "광복회는 이승만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든 국민은 전부 다 뉴라이트라고 매도를 하고, 그건 다 친일파라고 공식을 세워서 지금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지 않냐"라며 "(저는) 김구 선생을 따르는 분들과 이승만 대통령을 따르는 분들 사이에 화해, 서로 존중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저는 우리(대한민국)의 출발점이 아니라 완성을 1948년 8월15일로 본다"고 해명했다.
곽규택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올해 광복절 경축식이 사상 처음 두 쪽으로 나눠질 위기"라며 "광복회장이 현재 정부가 추진하지도 않는 ‘건국절 제정’에 대해 철회를 요구하고,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인사 문제에 대해 의견 제시를 넘어 그 뜻을 관철하려는 것은 과도한 처사"라고 했다. 나아가 "민주당은 우리 정부에 ‘친일 프레임’을 씌워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정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광복절의 의미를 퇴색시킨다"고 지적했다.
곽 수석대변인은 "국민통합과 경축의 장을 국론분열과 반목의 무대로 변질시켜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며 "광복회와 야당의 대승적 결단을 촉구하며, 광복절다운 행보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