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Law]“상장하면 쿠팡, 실패하면 티메프”

“상장만 하면 한방에 투자금 회수”
적자 극심해도 겁 없이 몸집 불려
관리 감독 소홀 금융당국도 책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티몬·위메프(티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 업체들에 대한 금융당국의 부실 관리·감독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커머스 업계가 극심한 적자에도 몸집 불리기를 하며 ‘기업 상장만 하면 된다’는 성공전략을 추구하는 사이, 금융당국이 전자금융거래법상 규제를 받는 이들 업체에 대한 재무건전성 관리·감독을 소홀히 해 이번 사태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티메프가 자체 추산한 부채액은 지난달 말 기준 1조6400억원대에 이른다. 티메프는 지난달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하면서 총부채액을 티몬 1조2000억원, 위메프 4400억원으로 각각 신고했다.

법조에서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기업 상장만 바라 보고 사업 확장을 무리하게 벌이는 것이 성공 전략으로 굳어졌다고 분석한다. 한 글로벌 IT기업 출신 변호사는 “자본잠식을 버티고 사업 규모를 일단 키운 뒤 상장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는 것이 아마존의 성공모델이자, 이커머스 사업의 표본”이라며 “쿠팡도 결국 수년간 적자를 버티고 성공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성공하면 쿠팡, 실패하면 티메프가 되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커머스 업체들은 대체로 전자금융거래법상 규제를 받는데,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이 몇 년 새 손을 놓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티메프는 전자금융거래법상 ‘선불업자’ ‘전자지급결제대행(PG)업자’로서 규제를 받는다. ‘티몬캐시’ 등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판매하고, 입점 업체인 ‘셀러’와 구매자 간 전자상거래를 매개하고 있기 때문에 등록 요건을 갖춰야 한다.

전자금융거래법 제31조에 따르면, PG사의 허가·등록 요건으로 재무건전성 기준을 요구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등에서는 PG사에 재무건전성 기준으로 자기자본·출자총액 또는 기본재산에 대한 부채총액 비율이 200%를 넘지 않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위메프는 자본잠식 상태로, 상당 기간 이 비율을 넘겼다. 위메프는 2019년에 이미 부채비율이 5287%였다. 티몬은 2019년 이후부터 부채비율이 120% 안팎을 오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올해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아 정확한 파악이 어렵다.

이를 두고 등록 당시에만 재무건전성 기준을 맞춘 업체들에 대해 금융당국의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은 티메프의 ‘경영개선 이행실적’을 제출하라는 국회의 요구에도 열흘 넘게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티메프 측은 지난달 29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 회생을 신청하고, 자구안을 마련했다. 2일 회생법원으로부터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을 승인받은 티메프는 기업을 매각해 채권을 변제할 계획이다. 티메프 측은 13일 ‘회생절차협의회’를 앞두고 구조조정펀드나 사모펀드 등을 통해 투자를 받고, 이 자금으로 상당수 채권자에게 채무를 상환한 뒤 회사를 정상 궤도로 돌려놓아 3년 안으로 재매각하는 방안을 담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티메프’가 국내 이커머스 주요 업체라는 점, 이미 전자상거래 인프라 구축이 돼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매각 가능성이 작지는 않다고 본다. 다만 티메프의 재기를 가능케 할 사업 비전과, 경영실패 책임이 있는 핵심 경영진들의 퇴진이 협상의 쟁점이 될 수 있다. 인수 가격은 티메프가 갚아야 할 채권 1조 수천억원 규모에서 40%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임현경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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