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개미투자자보호법'으로 '코리아 부스트업' 시동

법사위 아닌 정무위 통해 특례법 발의
김남근 의원 오늘 중 대표 발의 예정

더불어민주당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특례법을 통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시동을 걸었다. 여야 간 극단적 대치를 보이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아닌 국회 정무위원회로 우회해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시도한다. 다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서 촉발된 정쟁에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법안도 휘말리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김남근 의원이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우리 기업이 제대로 평가받도록 하는 내용의 '코리아 부스터' 프로젝트 추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2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김남근 민주당 의원실은 이날 중 '상장회사 지배구조 특례법 제정안'(개미투자자 보호법)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해당 특례법은 '이사의 충실 의무 주주까지 확대' '이사회 절반 이상 독립이사로 구성' '자산 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집중투표제 의무화' '분리 선출 감사위원 3인으로 확대' '현장 주주총회 및 전자 주주총회 병행 의무화' 등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주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선제 조건을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보고 계속해서 군불을 땠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통해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날 발의되는 특례법과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의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진 정책위의장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민주적으로 개선하고 자본시장의 장기적 우상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도 특례법을 발의하기 전, '개미투자자 보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를 열어서 특례법에 대한 여론 조성을 꾀한다.

민주당은 해당 내용을 담은 상법 개정안이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자 특례법을 통한 입법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법 개정안의 소관 상임위원회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인데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주요 정쟁 법안을 다루고 있어 상법 개정안이 뒷전으로 밀리기 때문이다. 이미 22대 국회에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안만 13개가 발의됐지만, 법사위에서 제대로 다루지 않는 상황이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에서 상법 개정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낮고 법무부도 관련 내용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며 "상장사만 집중해서 국회 정무위원회가 다룬다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 등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 필요성을 꾸준히 강조했다. 올 초 윤석열 대통령은 소액주주의 이익을 위한 상법 개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기업 밸류업 공시' 등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밸류업 공시 참여율은 지난 9일 기준 1.4%에 그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일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규제보다는 자율적, 제도의 혜택 등을 통해 밸류업을 이루고자 하는 게 정부 입장"이라면서도 "일부 정치권에서는 다소 규제적인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주요 기업이 경각심을 가지고 봐주지 않으면 정부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자본시장과 국회 환경 등은 녹록지 않다. 여당은 밸류업의 선제조건으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 아닌 금투세 폐지를 지목했고, 야당 역시 어느 정도 호응하는 상황이다. 여야가 밸류업을 두고 벌이는 정쟁에 특례법도 빨려 들어갈 수 있는 셈이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일반 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개정안은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1200만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우선 추진해야 할 법"이라며 "주식시장의 불안정성과 취약성이 다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시장만큼 개선되지 않는 한 금투세 도입을 미루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정치부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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