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기자
석유화학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롯데케미칼의 2분기 적자 폭이 전년 대비 확대됐다. 기초화학 사업 비중을 줄이는 에셋라이트(자산경량화)를 계획대로 추진하고 기존 투자 계획 순연으로 재무 건전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연결기준 매출 5조2480억원, 영업손실 1112억원을 기록했다고 8일 밝혔다. 전년 대비 매출은 3.4% 늘었으나, 영업손실은 60.8% 커졌다. 특히 사업 비중이 가장 큰 기초화학은 매출 3조6069억원, 영업손실 1392억원을 기록했다.
성낙선 롯데케미칼 재무혁신본부장(CFO)은 이날 진행된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가전, 모빌리티 등 전방 사업의 수요 개선 및 긍정적 환율 효과로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을 축소했지만, 납사 가격 하락으로 인한 래깅(시차) 효과로 인한 재고 평가 손실 확대, 간이 보수로 인한 일회성 비용 증가로 개선 폭이 제한적이었다"고 말했다.
신증설 물량 감소로 점진적인 수급 개선이 예상되나 향후 수익성 개선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스프레드 및 판매 현황 등을 봤을 때 2분기와 3분기 기초화학 수요는 크게 차이가 없을 것 같다"면서 "다만 3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제품 판매 회복이 나타나 2분기보다는 하반기에 실적이 개선될 여지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초화학의 경우 에셋 라이트와 운영 효율 극대화를 통해 캐시카우(현금창출원)의 역할을 강화하고,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2030년까지 30% 이하로 축소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에셋라이트 대상이 될 사업 목록 정리를 어느 정도 완료했다고 밝혔다.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현재 여러 투자자와 접촉하고 있고 일부 프로젝트는 상당 부분 진도가 나가 있지만, 아직 확실하게 결론 난 프로젝트는 없다는 설명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현재 일부 투자자들이 관심을 크게 갖고 있는 자산도 있지만, 고금리나 업황 회복 지연 등으로 당장 기초화학 사업 거래가 이뤄지기 쉽지 않은 환경이긴 하다"며 "특정 자산이나 설비의 매각 진행 상황을 언급할 정도로 확정된 부분은 없어서 아직 시장과 소통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초화학 내에서는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이 811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하며 적자 확대의 주원인이 됐다. LC타이탄은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에틸렌,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을 생산하는 말레이시아 대규모 생산기지로, 최근 매각 대상으로 주로 거론되는 자회사다.
롯데케미칼은 실적 악화 원인에 대해 "LC타이탄이 타사와 비교해 폴리머 제품 생산 비중이 높은데 2분기에 폴리머가 유독 안 좋았다"며 "4~6월에 걸쳐 약 47일간 정기보수가 있었던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한편, 롯데케미칼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경영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통제 가능한 여러 영역에서 재무 건전성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우선 기존 투자 계획을 순연해 캐시플로우(현금 흐름)을 개선할 예정이다. 앞서 인베스터 데이에서 2025년까지 1조9000억원의 현금흐름을 개선한다고 했지만, 올해 기준으로 약 1500억원 정도를 추가로 조정한다는 계획이다.
설비투자(CAPEX) 규모도 축소한다. 올해 3조원가량의 설비투자가 예정돼 있지만, 내년에는 1조7000억원으로 절반가량 줄일 예정이다.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의 5개 전략사업단위의 속도감 있는 포트폴리오 고도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매입채무 유동화 및 운전자본 개선 등으로 재무 건전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