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주상돈기자
숙련 기술을 갖춘 전문가가 수행하던 '어미돼지 임신 판정'을 비전문가도 인공지능(AI)을 통해 쉽게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농촌진흥청은 AI를 활용한 돼지 임신 판정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돼지 임신 여부는 관리자가 인공수정 후 21일령부터 어미돼지 행동을 관찰하고, 태낭(아기주머니)이 잘 보이는 25일령 이후 자궁 초음파 영상을 판독해 확인한다. 초음파 영상 판독은 관리자의 숙련도에 따라 임신 판정 가능 시기와 정확도가 크게 좌우되고, 비전문가의 경우 28일령 이후에나 임신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
이에 연구진은 20만점 이상의 고화질(5MHz) 자궁 초음파 영상 정보(데이터)를 수집하고 인공지능 학습을 수행해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연산 방식(알고리즘)을 적용한 인공지능 모델(모형)을 만들었다.
아울러 양돈 현장에서 주로 사용하는 저화질(3MHz) 자궁 초음파 영상 23만점을 수집해 저화질 영상 개선 기술을 적용하고, 인공지능 모델(모형)을 학습시켜 농가 보급형 돼지 임신 판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농진청 관계자는 "초음파 장비로 어미돼지 복부 초음파 영상을 10초 이상 찍은 다음 프로그램을 작동시키면 임신 여부를 인공지능이 판정해 알려준다"며 "인공수정 후 22~25일령 기준으로 95%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임신 판정 시기가 빨라지면 그만큼 임신한 돼지의 건강관리 기간이 늘어나 생산성 향상을 꾀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임신하지 않은 돼지는 재인공수정을 통해 비생산일수를 줄일 수 있어 사료비 절감 효과도 거둘 수 있다. 비생산일수는 어미돼지가 임신 및 새끼에게 젖을 먹이지 않은 채로 있는 총 기간이다.
농진청은 인공지능 활용 돼지 임신 판정 기술과 관련해 3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희망 업체를 대상으로 기술이전 할 계획이다. 또 인공지능 모형을 고도화해 돼지의 발정주기 이전 시점인 임신 18∼21일령에 95% 이상의 판정 정확도를 확보할 계획이다.
임기순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장은 "임신 판정 외에도 어미 돼지 체형관리, 아기 돼지 위험 감지 등 다양한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생산성을 높이고 사육 비용은 줄일 수 있는 스마트팜 기술을 확대해 양돈농가의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