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유빈發 품절 대란…디토 소비로 젤리 시장 '활짝'

유명인 따르는 '디토 소비' 열풍
젤리 제형 건기식 시장도 3년새 두 배 성장
구매 시 제품의 안전성 확인 필요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러닝과 수영을 즐기는 직장인 정유진(32) 씨는 최근 퇴근 후 올림픽 경기 시청에 빠져 지내고 있다. 정 씨는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선수들이 경기 중 마시는 음료 등에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편인데, 특히 신유빈 선수가 젤리를 먹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며 "운동선수가 올림픽 경기 중에 챙겨 먹을 정도면 어느 정도 품질이 보장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곧바로 찾아봤다"고 말했다.

한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 선수가 파리올림픽 경기 중 에너지 젤리를 먹고 있다.[출처=유튜브 화면 캡처]

'불량식품'으로 낙인 찍인 젤리가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다. 인플루언서와 유명인이 쓰는 상품만 사는 '디토(Ditto) 소비' 열풍에 힘입어 독특한 모양과 식감의 젤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다양한 건강기능식품이 먹기 편한 젤리 형태로 제형에 변화를 가하며 접근성을 개선한 덕분이다.

7일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젤리와 사탕 등이 포함된 설탕 제과 카테고리의 국내 e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7.1%로 전년(6.8%) 대비 0.3%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018년 3.4% 수준이던 설탕 제과의 점유율은 매년 꾸준히 증가해 5년 새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최근 젤리 시장의 성장 배경에는 다양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토대로 한 '디토(Ditto) 소비'가 자리 잡고 있다. 디토 소비란 '마찬가지'를 뜻하는 라틴어 'Ditto'와 소비의 합성어로,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의 제안에 따라 제품을 구매하는 습관을 의미한다. 유명인들이 평소 일상에서 즐기는 젤리 제품에 대해 소개하거나 인플루언서들이 화려한 색감과 독특한 식감의 젤리 제품을 먹는 영상 등이 늘면서 관련 소비까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파리올림픽에서 탁구 국가대표 신유빈이 경기 도중 에너지젤을 먹는 모습이 포착돼 화제가 되면서 해당 제품이 ‘품절 대란’을 겪은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현상이다. 특히 10·20대 소비자들이 틱톡이나 쇼츠 등을 통해 제품을 검색하고 이를 바탕으로 상품을 소비하고 있어 많은 기업들이 SNS에서 유행하는 제품을 발 빠르게 수입하거나 생산하고 있다.

디토 소비와 더불어 최근 젤리시장 성장의 다른 한 축에는 간식을 넘어 기능성을 앞세운 젤리 제품이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건강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증가하면서 기능성 건강 제품을 찾는 라이트 소비자들이 늘었고, 이들을 중심으로 맛있으면서도 섭취가 편리한 젤리형 건기식을 주목받으며 소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젤리 제형의 건기식 시장은 2020년 311억원에서 지난해 693억원으로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시장이 성장세를 보이면서 기존 알약형 제품을 판매하던 기업들도 젤리 제형으로 제품을 리뉴얼해 선보이고 있다. 젤리 제형으로 생산하게 되면 영양소를 전부 담아낼 수는 없지만 맛과 섭취가 용이해 소비자 선호가 높은 만큼 기업들도 적극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찐생홍삼구미'를 판매하고 있는 KGC인삼공사 정관장 관계자는 "구미젤리는 맛과 간편함을 모두 충족시키며 최근 건강식품 시장에서 주목받는 제형"이라며 "젊은 고객들이 직장이나 학교 등 일상에서 손쉽게 홍삼의 활력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개발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다양한 맛과 형태, 기능성 제품들이 출시되면서 젤리 시장은 당분간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8년 3946억원 규모였던 국내 젤리 시장은 지난해 4473억원 수준으로 성장했고, 2029년에는 6317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젤리로 인한 지나친 당 섭취를 비롯해 일부 제품의 경우 안전성 문제 등 건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특히 일반 소비자들도 쉽게 관련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SNS의 특성상 안전성이 고려되지 않은 제품이나 레시피를 소개하는 경우 등에 있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조업자는 제품에 정확한 표시를 해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

실제로 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달 온라인 마켓에서 인기 있는 까먹는 젤리 10개 제품의 내용량, 당류, 허용 외 타르색소 등을 확인한 결과 5개 제품이 표시보다 중량이 3~6% 적었고, 3개 제품은 당류 함량이 표시보다 151~258% 초과했다. 1개 제품은 내용량과 당류 함량 모두 표시를 위반했다. 적발된 제품의 원산지는 중국산 6건, 국내산 1건이었으며 국내산의 경우 함량이 표시보다 6% 적었다.

유통경제부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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