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건물 사용권만 있으면 실버타운 운영한다

기재부 등 관계부처 활성화 방안 발표
소득 수준·건강 상태 맞춘 주거 활성화
2035년 日·美 수준으로 사업 확대

급속한 노령화로 노인 친화적인 주거 공간·서비스 수요가 늘어나자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토지·건물 소유권 대신 사용권만으로 실버타운을 설립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하고 인센티브를 제시해 분양형 실버타운을 인구 감소 지역에 도입한다.

정부는 23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시니어 레지던스는 ▲고령자 복지주택(공공 임대) ▲실버스테이(민간 임대) ▲실버타운(노인 복지 주택) 등 소득 수준과 건강 상태에 맞춰 다양한 서비스가 제공되는 고령 친화적인 주거 공간이다.

시니어 레지던스 분류 이미지 / [이미지제공=관계부처 합동]

정부는 지난 3월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의 후속 조치로 이번 방안을 내놨다. 고령층에 적합한 주거 공간과 가사, 건강, 여가 서비스를 결합한 시니어 레지던스 공급을 대폭 늘리는 데 목적이 있다. 다양한 유형의 시니어 레지던스를 공급하기 위해 설립·운영 규제부터 부지·자금 등 공급 단계 전반의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간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늘리기 위해선 실버타운 설립 시 토지·건물 소유를 의무화하는 규제를 개선한다. 서비스 전문 사업자가 토지·건물 사용권을 기반으로 실버타운을 설립할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서비스 전문 사업자 요건을 마련하고 지원 근거를 신설, 이들을 적극적으로 육성한다.

또 하반기에 노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해 신분양형 실버타운을 인구 감소 지역(89개소)을 중심으로 도입한다. 분양 이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선 일정 비율 이상 임대형을 포함하도록 의무화한다. 서비스 품질 관리 체계를 구축하는 운영 방안도 마련해 노인복지법 개정 시 포함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수요가 높은 도심지 부지 공급이 어려운 점을 감안, 도심 내 유휴 시설이나 유휴 국유지를 시니어 레지던스로 조성하도록 지원한다. 시니어 레지던스 조성을 위한 건설 자금에 주택도시기금 공공지원 민간 임대 융자 지원을 검토하고, 지역 활성화 투자 펀드 지원 대상에 분양형 실버타운을 포함한다.

중산층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실버스테이 예시 이미지 / [이미지제공=관계부처 합동]

또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있던 중산층 고령자를 위해 실버타운 대비 합리적인 이용료를 제시하는 실버스테이를 새롭게 도입한다. 60세 이상 유주택 고령자를 허용하는 등 입주 대상 범위를 늘리고 다양한 세대가 거주하도록 일반형 주택을 혼합 건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입주자 보호와 선택권 보장을 위해선 표준계약서와 품질인증제를 도입한다. 시설 현황과 이용료 등에 대한 정보 공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입주 이후 이용료 확보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서울주택공사 등을 통해서 기준 시가 12억원 이하 주택을 매각하고 매각 대금을 연금형으로 수령하는 제도도 개선한다.

실버타운 입주자가 요양 서비스가 필요해진 경우 다른 입주자의 생활권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입주 유지가 가능하도록 기준도 마련한다. 장기 요양 3~5등급 노인의 경우 기존에는 실버타운에 있기 힘들었지만 앞으로는 이를 개선한다. 또 자가 주택에 거주하려는 저소득 고령층 대상의 주거 급여(수선 유지 급여)를 인상해 사는 곳에서 삶을 누리도록 한다.

정부는 앞으로 기획재정부, 보건복지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 중심의 태스크포스(TF) 전담반을 구축해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할 계획이다. 신속한 사업 지원을 위해 원스톱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장 수요자 의견 수렴 등을 통해 추가 및 보완 대책을 지속해서 마련한다.

오현경 기획재정부 복지경제과장은 "미국이나 일본 수준으로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를) 생각하고 있다"며 "2035년에는 노인 인구의 3% 수준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대비 시니어 레지던스 세대 비중은 지난해 누적 기준 0.12%로 일본(2.0%), 미국(4.8%)과 비교해 낮았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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