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E&S 합병 걸림돌 넘었다…KKR과 합의 수순

중도상환 요구 포기 논의
추가적인 자본 부담 없어
2026년 11월 상환은 동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에 걸림돌로 꼽히던 SK E&S의 ‘숨겨진 빚’ 3조원이 합병법인으로 넘어가게 됐다.

SK이노베이션, SK E&S 합병 기자간담회가 18일 서울 SK 서린빌딩에서 열렸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이 합병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23일 재계에 따르면 SK E&S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3조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합병 전까지 모두 소멸하고, 동일한 조건의 RCPS를 합병법인이 이어받기로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1년 SK E&S는 수소, 재생에너지 등 신사업 투자에 속도를 내기 위해 KKR을 상대로 2조4000억원 규모의 RCPS를 발행했다. 이후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7350억원을 추가 발행한 바 있다.

RCPS를 보유한 KKR을 설득하느냐가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의 최대 관건이었다. RCPS는 만기 시 투자금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환권’과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권’을 동시에 갖는 종류 주식이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합병비율이 SK E&S에 불리하게 결정될 경우, KKR이 합병에 반대할 가능성이 있었다. 이는 SK E&S가 3조원 이상의 막대한 재무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합병비율이 1대 1.19로 SK E&S의 가치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되면서 이러한 우려는 커졌다.

서건기 SK E&S 재무부문장은 지난 18일 기자 간담회에서 "기존 발행 취지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KKR과 우호적인 협의를 진행 중"이라며 합병 법인 설립에는 문제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 발언은 RCPS를 합병 후 합병법인이 고스란히 가져가게 된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인 셈이다.

SK E&S와 KKR은 기존 RCPS를 소멸시키고, SK이노베이션이 이를 이어받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자본 부담이 발생하지 않는 방향으로 합의할 전망이다. RCPS 상환 일정은 기존 조건과 동일하게 2026년 11월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와 관련된 세부적인 사항은 아직 협의 중이다.

SK E&S 측은 "(SK이노베이션과) 합병이 완료되기 전까지 유상감자나 상환 등 여러 방안을 통해 합병소멸회사(SK E&S)의 발행주식에서 RCPS를 소멸시킬 예정"이라며 "세부적인 소멸 방식은 합병 완료 전까지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은 다음 달 27일 열릴 임시 주주총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SK이노베이션 주주들을 얼마나 설득하느냐가 관심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대주주인 SK㈜가 36.2%,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6.2% 지분을 갖고 있으며, 개인 주주 지분율이 20%를 넘는다. 합병 성사를 위해선 참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승인이 필요하다.

산업IT부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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