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짜리 신발 없어서 못 산다…1조 러닝화 시장 '쟁탈전'[골프장 떠난 MZ]

달리기 인구 국내 약 1000만명 육박
러닝화 시장 규모 빠르게 확대
나이키·아식스 등 제품은 웃돈 거래
리복·휠라·블랙야크 러닝화 출시

#1 직장인 남모씨(37)가 활동하는 여의도 지역기반 '러닝 크루(달리기 동호회)'는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부터 가입 문의가 계속되고 있다. 과거에는 연령대가 있는 직장인 중심으로 러닝 크루에서 활동했지만 대학생도 눈에 띄게 늘었다는 것이 남씨의 설명이다. 그는 "골프, 테니스의 경우 장비 구입과 레슨비 등 운동을 위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러닝은 신발만 있으면 운동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2030세대를 중심으로 달리기 열풍이 불면서 러닝화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고물가가 이어지면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스포츠 활동을 즐기는 수요가 늘어나면서다. 이에 아웃도어 브랜드까지 러닝화 시장에 뛰어드는 등 패션 업계는 '러닝족'을 겨냥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19일 무신사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러닝화 관련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 동기 대비 5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닝화가 포함된 운동화 카테고리의 거래액은 45% 증가했다.

국내 달리기 인구는 10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5일 오후 2시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선착순 신청을 받은 춘천마라톤은 모집인원 2만여명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패션 업계는 최근 러닝인구 증가세를 고려할 때 올해 러닝화 시장은 1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운동화 시장 규모는 약 4조원으로 이 중 러닝화 시장은 25%(1조원)로 추정된다.

달리기 열풍은 중고거래 시장에도 확인할 수 있다. 러닝화 강자로 꼽히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아식스, 뉴발란스의 주요 제품들은 웃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중고신발 거래 플랫폼 크림에 따르면 나이키의 '알파플라이' 시리즈 중 하나인 '에어 줌 알파플라이 넥스트%3 프로토' 제품은 발매가 32만9000원이지만 최근 거래가격은 79만4000원(사이즈 270)이었다. 발매가격보다 141%나 비싸게 팔린 것이다. 이 제품은 국내 러너 절반 이상이 착용하며 현존하는 최고의 러닝화로 꼽힌다.

아식스의 '메타스피드 엣지 파리 선라이즈 레드 블랙'은 발매가가 29만9000원이지만 해당 플랫폼에선 45만원(사이즈 265)에 판매됐다. 뉴발란스와 디스트릭트 비전의 협업 제품인 '퓨어셀 슈퍼컴프 엘리트 V4'는 발매가격이 32만9000원인데 현재 48만원(사이즈 275)에 올라왔다.

LF 리복이 출시한 플로트직 1 러닝화.

패션 업계도 러닝화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LF는 이달 26일 '플로트직'의 신제품을 출시한다. 플로트직은 지난 4월 리복이 러닝 초보자들을 겨냥해 출시한 제품이다. 러닝화는 잘 뛸 수 있도록 고기능성 제품들이 많이 출시됐는데 러닝 등급에 따라 러닝화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실제로 해당 제품의 출시 2주간 실적을 보면 리복이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러닝화 '플로트라이드 에너지 5' 보다 2배가량 판매량이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새롭게 출시되는 제품은 새로운 데일리 러닝화인 '플로트라이드 에너지6'와 대회에 적합하게 설계된 레이싱화 '플로트직 X1' 등이다.

고기능성의 등산화를 만들던 아웃도어 업체들도 러닝화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숲속에서 가볍게 러닝할 수 있는 신발로, 전문 등산용인 아니라 가벼운 달리기를 선호하는 러닝족을 겨냥한 제품이다. 코오롱스포츠는 지난 4월 산길, 숲길에 특화된 트레일 러닝 시장을 겨냥해 트레일 러닝화 'TL-1'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은 올해 매출 목표를 50% 달성해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블랙야크도 트레일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을 위해 '스카이 스피드'를 선보였다.

유통 채널에선 신흥 러닝화 브랜드들의 점포 입점에도 나서고 있다. 프랑스 러닝화 브랜드 '호카'는 올해 상반기 동안 영등포 타임스퀘어점과 신세계 강남점,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등에 매장을 열어 총 8개의 매장을 확보하게 됐다.

유통경제부 이민지 기자 m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