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선진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일(현지시간)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 문제와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크렘린궁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정상회담을 시작하며 모디 총리에게 "평화적인 방법으로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할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을 포함해 가장 심각한 문제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전날부터 이틀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 중인 모디 총리는 "전쟁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폭탄, 미사일, 소총은 평화를 가져올 수 없다"며 "우리는 대화를 통해 평화로 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모디 총리 방러 기간인 지난 8일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키이우 등 주요 도시를 겨냥한 공격으로 38명이 숨지고 190여명이 부상했다. 피해 건물 중에는 어린이병원이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 같은 공격이 발생했는데도 모디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했다며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푸틴 대통령은 올해 양국 수교 77주년을 맞이한다며 "우리의 관계는 특별한 특권적 전략적 파트너십의 성격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또 양국이 유엔(UN), 상하이협력기구(SCO),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국제 무대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며 오는 10월 러시아 카잔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모디 총리가 참석하기를 바란다고 초청했다. 모디 총리는 이를 수락했다.
푸틴 대통령과 모디 총리는 양국 무역과 에너지, 경제 협력 발전도 논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로 에너지 수출길이 막히자 인도에 저가로 석유를 공급하면서 경제적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날 회담에 앞서 두 정상은 원전 분야 협력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과 모디 총리가 회담 후 채택한 공동성명에는 우크라이나 분쟁의 평화적 해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개혁 및 인도의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 양국이 공동 군사협력 활동을 이어간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밖에 두 정상이 유인 우주 프로그램을 포함한 우주 분야 협력, 비료 공급, 가자전쟁, 교육·과학·문화 분야 협력 등을 논의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러시아는 서방과도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인도와 견고한 우호 관계를 재확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회담 후 양국 간 우호 발전에 대한 공로로 모디 총리에게 러시아 최고 영예인 성안드레이 페르보즈반니 사도 훈장을 수여했다.
모디 총리의 러시아 방문은 2019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참석 이후 5년 만이다. 2021년에는 푸틴 대통령이 인도 뉴델리를 찾아 모디 총리와 만났다.
한편 미 백악관은 이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데 대해 미국과 인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