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드는 美 ‘베어 마켓’…이것이 불길한 징후라는 월가

S&P500지수 상반기 상승률 약 15%
5개 메가캡 AI 관련주가 주도
동일 가중치 산출 땐 약 4% 상승에 그쳐
JP모건 “이는 역사적으로 불길한 신호”

올 상반기 미국 증시가 인공지능(AI) 물결에 힘입어 상승세를 보인 가운데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베어 마켓(약세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월가 경고가 나왔다. 이는 상당수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연말 S&P500지수 목표치를 잇달아 높이고 있는 것과 다른 분석이라 주목된다.

1일 IB 업계에 따르면 미 최대 증권 업체 찰스 스왑의 케빈 고든 수석 투자 전략가는 S&P500지수의 상반기 상승률(약 15%)을 이끈 주도주 약 60%가 생성형 AI 관련주인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메타 플랫폼, 애플 등 5개 메가캡이라는 점을 약세장 징후로 봤다.

고든 전략가의 분석에 따르면 종목 쏠림 없이 동일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한 ‘S&P500동일가중지수’의 상반기 상승률은 약 4%에 그쳤다. AI를 제외한 산업, 금융 부문 등 업종은 상승 랠리에서 뒤처졌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이는 시장 표면 아래에서 발생해 온 약세의 징후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며 “(메가캡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때 위험 신호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월가 대표 증시 약세론자인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최고 글로벌 시장 전략가도 “엔비디아 등 몇몇 AI 주도 업체를 중심으로 시장이 상승하는 것은 역사적으로 불길한 신호”라며 “노동 시장 냉각, 주택 판매 감소, 소비자 연체 증가 등이 경기 침체가 임박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같은 분석에서 그는 연말 S&P500지수가 현재 수준에서 약 2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스티펠의 배리 배니스터 수석 주식 전략가는 성장 약세, 인플레이션 지속으로 연말 S&P500지수가 현재 수준에서 약 13%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BCA 리서치의 피터 베레진 최고 주식 전략가는 “미국 경제가 9개월 내 경기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며 “침체가 온다면 S&P500지수가 3750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S&P500지수가 지금보다 약 31%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약세론자들은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약 25배에 달한다는 점도 증시 고점 징후로 분석했다. PER이란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PER이 높을수록 고평가됐다는 뜻인데, 현 S&P500지수의 PER은 과거 역사적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한편 이들과 달리 여러 IB에서는 연말 S&P500지수 목표치를 잇달아 높이는 분위기다. 에버코어ISI는 지난달 기존 4750에서 6000으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는 향후 6개월간 S&P500지수가 약 10% 추가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로 월가에서 가장 낙관적인 분석으로 눈길을 끌었다. 같은 기간 모건스탠리는 기존 4500에서 5400으로, 시티그룹은 5100에서 5600으로, 골드만삭스는 5200에서 5600으로 높였다.

국제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