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X’에 실린 ‘2024年の 日本’이란 글은 개혁을 외면하고 ‘잃어버린 30년’간 시들어 가는 일본의 부끄러운 모습을 지적해 우리나라 언론에서도 상당한 시선을 끈 바 있다. 그렇다면 ‘2024년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인당 국민소득이 인구 5000만 이상 국가 중 6위로 일본을 추월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40%로 빈곤대국 일본(20%)의 두 배에 달한다. 더구나 한국은행은 출산율과 생산성의 획기적인 변화가 없을 경우 한국 경제는 2040년대 마이너스 성장국면에 진입할 것을 경고한 바 있다. 특히 2024년 1분기 합계출산율은 0.76명, 1분기 출생아 수는 2020년 동기 대비 18%가 감소했으며,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2025년 20%에서 2036년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국내로는 저출산·고령화·저성장 사회가 닥쳐오고 있으며, 세계적으로는 세기적 기술혁명과 신냉전이 진행되고 있는 급박한 시대 변화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미래를 대비해 지금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윤석열 정부는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을 내걸고 출발했으나, 3대 개혁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의료개혁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연금개혁은 정치력의 부재로 여야 간 합의에 실패했다. 한마디로 2024년의 대한민국은 총체적으로 정치 부재 상태에 있다.
돌이켜 보면 더불어민주당 정부를 내쫓기 위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대통령으로 선택했던 국민들은 불과 2년 만인 22대 총선에서는 민심을 외면한 윤석열 정부에 분노해 압도적 여소야대 국회라는 역설적인 정치구조를 선택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갤럽 6월 2주 차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평가에서 긍정률은 26%를 기록했지만 부정률은 66%에 달했다. 한편 4월 22대 총선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던 더불어민주당의 지지도는 27%로 30%인 국민의힘을 밑돌았다.
여론조사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국민 다수는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으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 지도력의 부재에 실망하고 있다는 점이다. 22대 국회가 헌정사상 처음으로 야당 단독 개원하고 20여일이 지나도록 원 구성조차 합의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22대 국회의 험난한 앞날을 예고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22대 국회 역시 21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시급한 3대 개혁을 제대로 처리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2024년 대한민국은 정치에 실망한 국민들의 분노로 가득 차 있다. 국민들은 저성장과 양극화로 인해 나날이 압박해 오는 민생의 고통에 지쳐가는 한편,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정치 부재에 희망을 잃고 있다.
포용적이면서도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정치를 선택하는 국가는 발전하고, 반대로 편파적이고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정치를 선택하는 국가는 후퇴한다. 여당과 야당 공히 자기 편 국민만을 상대로 기득권 확보에 주력하는 정치행태를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2024년의 대한민국 정치에는 미래가 없으며, 인구 국가비상사태보다도 정치 부재 비상사태가 더 심각한 국가과제다.
따라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비상사태에 상응하는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 양당 공히 국민들에게 협치로 시대 과제들을 해결하는 희망의 정치를 보여 줄 역량 있는 당 대표를 선출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정치에 더욱 실망할 수밖에 없고, 분노한 국민들은 그런 정당을 반드시 준엄하게 심판할 것이다.
김동원 전 고려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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