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길기자
SK그룹이 사업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을 진행하면서 지주사 SK㈜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지주사에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자회사들을 활용하는 시나리오가 리밸런싱 후보로 검토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중복되는 사업을 최적화한다는 목표지만 주가 하락은 최태원 그룹 회장에게도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 주가는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판결 이후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이달 초 17만8800원에서 25일 기준 15만7400원으로 10% 이상 떨어졌다.
주가 하락은 그룹 차원의 리밸런싱 시나리오 검토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SK그룹은 이노베이션과 E&S의 합병, SKIET 지분 일부 매각, 219개 계열사의 슬림화 그리고 배터리 소재 부품사인 SKIET와 SK넥실리스의 투자 속도 조절 등이 언급되고 있다. 대부분 SK㈜가 지분을 갖고 있는 계열사들이다.
특히 SK E&S는 SK(주)의 캐시카우(수익창출원)다. 지난 3년간 SK E&S는 2019년 7300억원, 2020년 6548억원, 2021년 3858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배당성향도 118.8%, 85.1%, 112.1%로 높은 수준이다. 배당금 대부분은 SK E&S 지분 90%를 소유한 SK(주)에 지급됐다.
SK는 이러한 사업 재편을 통해 배터리 사업을 추진하는 SK이노베이션과 SK온의 재무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배터리 사업이 반등하게 될 것이라는 장기적인 전망으로 보면 주주에게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특히 리밸런싱은 최 회장에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 회장이 개인적으로 얻은 주식담보대출(주담대)이 올들어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 4월 기준으로 SK㈜ 지분을 담보로 하나증권과 대신증권에서 각각 450억원, 580억원의 주담대를 받았다. 지난해 12월 기준 최 회장의 주담대 금액은 650억원에 불과했는데 5개월 만에 400억원가량 늘었다. 이 대출 만기는 각각 다음 달과 9월에 순차적으로 도래할 예정이다.
SK㈜ 주가가 하락하면 최 회장은 대출 상환을 위해 주담대를 갈아탈 때 더 많은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 그룹 리밸런싱이 최 회장의 재무 부담을 키우는 셈이다.
최 회장은 이혼소송 2심에서 1조3808억원의 재산분할과 20억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판단에 불복,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에서 리밸런싱으로 인한 재산 축소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CEO 인사를 연말까지 자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전격적인 리밸런싱에 최 회장이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