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령기자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비즈니스의 성장을 지원합니다.’ 2012년 설립된 액셀러레이터 한국사회투자가 내건 미션이다. 언뜻 보면 다를 것 같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일과 비즈니스의 성장, 이 둘이 통하는 지점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임팩트투자다. 임팩트투자는 수익을 추구하면서도 사회나 환경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투자를 의미한다.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16년 동안 리스크관리 및 경영컨설팅을 담당했던 이종익 한국사회투자 대표는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다양한 조직들에 경영컨설팅을 제공하다 사회적은행(Social Bank)과 임팩트투자에 관심을 갖게 됐다. 임팩트투자에서도 최근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기후 문제 해결이다.
26일 이 대표는 “사회 문제라는 것이 시대에 따라 변하는데 2020년대 들어서는 지구 온난화 등 기후 변화가 큰 문제가 됐다”며 “이를 해결하는 비즈니스를 적극 육성하고 투자하는 관점에서 보면 지금은 기후테크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한국사회투자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기후테크가 전체 기업의 30%에 달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기후테크 전 분야에 걸쳐 106개 사를 육성했다. 이들 기업은 이를 바탕으로 136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기준은 기업이 낼 수 있는 임팩트, ‘넷제로(0)’ 실현성, 성장성 등이다. 이 대표는 “인풋이 들어가서 아웃풋이 나오는 정도의 임팩트가 아니라 하나가 들어가면 10개의 임팩트를 내는 승수효과가 큰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며 “그다음 사업 모델이 탄소중립에 더 기반한 것인지 K-택소노미 분류 기준에 들어가는지 등을 살펴본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기후테크의 큰 매력 중 하나로 글로벌 시장에 대한 장벽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국내 기후테크 기업도 기술을 갖고 유럽이나 미국으로 얼마든지 나갈 수 있다. 우리가 투자한 곳들도 한국 시장만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얼마나 차별화된 기술을 갖고 있는가, 그 기술을 얼마나 가격을 낮춰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내 기후테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법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 높였다. 연구개발(R&D) 지원 또한 필요하다고 봤다. 이 대표는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기후테크 분야 법 규제가 까다로운 편인데 풀어주는 게 맞다”며 “산학연 프로그램을 많이 매칭해주고, 그렇게 해서 힘들게 개발한 건 기술검증(PoC)도 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PoC 대상이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기후테크에 대한 대기업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이 대표는 “가장 좋은 모델은 대기업이 아이디어나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산하 기업으로 집중 육성해주고, 대기업 PoC를 연계해주는 것”이라며 “기후테크 스타트업들이 대기업과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으로 간다면 글로벌 시장 진출도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테크 분야에 투자하는 투자사에도 세제 혜택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기후테크는 R&D에 시간이 많이 들어가고, 투자 회수 기간이 3~5년 정도로 긴 편”이라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기업에 주로 투자하는데 여러 가지 혜택을 통해 기후테크에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