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욱기자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서방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수준의 독자적인 군사 동맹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의 CNN 방송은 20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북의 성과로 "나토식 방위 조약과 더불어 국제적으로 고립된 존재라는 자신의 이미지 제고를 얻었다"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이 서명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의 제4조 내용은 나토 조약 5조와 유사하다. 제4조는 상호 군사원조를 약속한 내용을 담고 있다. 나토의 집단 방위 원칙을 규정한 나토 조약 5조는 '어느 체결국이든 공격받을 경우 이를 전체 체결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고 규정한다.
북한과 러시아는 이번 조약을 통해 양국 중 한 국가가 무력침공을 받을 시 조약을 맺은 상대 국가는 군사적 원조를 제공하기로 했다. 사실상 그들만의 '나토식' 군사 동맹을 맺은 셈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조약에 따라 "북한과의 군사 및 기술 협력의 발전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과 서방이 F-16 등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면서 먼저 국제적 책임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러시아의 핵 억지력이 북한까지 확장하거나 북한과 러시아가 합동군사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다른 국가까지 이 군사 동맹에 가담할 수도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조비연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CNN에 북·러 조약 제4조가 "매우 우려스러운 내용"이라며 "아직은 (군사 협력) 초기 단계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북한과 러시아가 이 조항을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방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의 국제적 고립이 심화하는 와중에 이뤄졌다. 침공 이후 푸틴 대통령은 대부분의 국제 모임에서 빠지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체포 영장까지 발부됐다.
CNN은 "푸틴 대통령은 평양 시내에서 수많은 인파의 환영을 받으면서 전 세계에 자신이 고립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