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주택 옥석가린다…'사업 더딘 곳 해산'

서울형 지주택 관리방안 마련
잘 되는 곳은 더 신속하게 밀어주고
더딘 곳은 피해 더 커지기 전에 정리 유도

서울시가 '지옥주택조합'이라고 불리는 지역주택조합의 오명을 벗겨내기 위해 본격적인 옥석가리기에 나선다. 잘되는 곳은 더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밀어주고, 사업추진이 불투명하고 더딘 곳은 조합원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빠른 해산을 유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서울형 지역주택조합 관리방안'을 마련해 본격 시행에 나선다고 19일 밝혔다.

현재 서울 내 지역주택조합 사업지는 118곳으로, 70%가 넘는 87곳이 사실상 멈춰 서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구단위계획도 받지 못하고 조합원 모집 신고 단계에 머물러 있는 사업장이다.

지역주택조합은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면 저렴한 비용으로 신축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지만, 성공사례가 극히 드물고 오히려 그간 많은 조합원이 어려움과 비용 부담을 겪어왔다. 사업 추진이 불분명한데도 조합원을 모집하거나 사업비를 부적정하게 관리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시는 그동안 지역주택조합 전수 실태조사, 피해사례집 발간, 국토교통부에 법 개정(구청장 직권해산 권한 부여) 요청 등을 진행해왔으나 사업이 장기화할수록 조합원의 비용 부담과 피해가 불어날 수 있어 법 개정 등에 앞서 이 같은 조치를 마련했다.

서울시는 우선 적법하면서도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지는 적극적인 행정지원을 통해 신속하게 정비사업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돕는다. 갈등 요소 없이 원활하게 추진되고 있는 곳은 서울에서 20곳 내외로 파악된다.

반대로 토지매입에 어려움을 겪으며 일몰 기한이 지났음에도 지지부진한 곳은 관련 법에 따라 자진 해산을 독려하기로 했다. 오랜 기간 사업이 정체돼 구청장의 직권해산을 추진할 곳도 파악한다. 해당 사업지에는 전문가 합동 청산지원반, 코디네이터 파견도 준비하기로 했다. 청산지원반은 조합원에게 불리한 청산 계획을 방지하는 자문을 제공하고, 코디네이터는 지역 여건에 맞는 사업방식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일몰 기한이 지난 곳은 사업 종결 여부를 정할 수 있도록 총회 개최를 지원한다. 조합원이 사업절차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종결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끔 '해산총회 가이드라인'도 배부한다.

신규 지역주택조합 사업 진입요건도 강화하기로 했다. 허위·과장된 계획으로 조합원을 모집하지 못하도록 도시계획을 선행하고 모집을 받을 수 있도록 바꾼다. 기존에는 조합원을 모집한 뒤에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다.

또 국·공유지를 포함하는 경우 명백한 동의 의사를 회신받은 경우에만 토지 사용권원을 확보한 것으로 간주한다. 조합 또는 발기인이 사유지 사용권원을 상당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정 요건을 충족할 수 없는 경우 등 불가피한 때에는 재산관리부서 등 회의를 거쳐 예외적으로 동의 처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보 공개 등 의무를 이행한 사업지만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하기로 했다.

자금차입·업체 선정·조합 해산 등 주요 안건을 결정하는 총회에는 공공변호사가 필히 입회하도록 했다. 서울형 표준규약 등 표준화된 사업 관련 서식을 공유하도록 바꾼다. 2021년부터 진행해 온 실태조사에서 지적 사항을 조치하지 않은 조합은 인허가 등 행정절차도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올해 하반기 지역주택조합 피해상담 지원센터를 설치해 법률상담을 제공한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은 "지역주택조합 사업 주체가 조합원에게 징수한 사업비용에 의존하는 것을 막기 위해 조합설립인가 시 토지 소유권 확보요건을 더 높이고, 매입 토지 중 일부분을 사업비용 담보대출을 금지하도록 건의해 제도개선도 병행할 것"이라며 "주택 난립을 막고 추진 중인 사업지는 조합원 피해가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집중적으로 관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건설부동산부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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