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김누리 교수의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3>

편집자주독일 교육에서 매우 강조하는 분야 중 하나가 생태 교육이다. 독일인들이 일상에서 생태 문제에 관심이 높은 것은 학교에서 생태 교육을 중시하고, 체계적으로 교육해왔기 때문이다. 생태 교육은 자연과 인간사회 사이에서 일어난 다양한 현상의 결과들을 이해하고 생태적 질서 유지에 적합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으로 행해진다. 생태 문제가 특정한 영역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이 얽혀서 일어나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업 또한 환경이라는 특정 과목에 한정하지 않고 모든 교과목에 걸쳐, 일상 속에 얽혀있는 생태 문제를 자연스럽게 연계해 생각할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이뤄진다. 글자 수 976자.

오늘날 독일에는 이와 같은 반(反)소비주의를 넘어 '소비 포기(Konsumverzicht)' 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꽤 많습니다. 30여 년 전 처음 독일에 갔을 때 대학 강의실 풍경이 떠오릅니다. 늘 강의실 맨 앞줄에 앉는 남학생들의 행색이 특이했습니다. 머리는 길게 기르고 뜨개질을 하면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것은 일종의 시위였습니다. '일체의 소비를 하지 않겠다' '내가 입는 것도 직접 만들어 입겠다'는 선언 같은 거였습니다. 이렇게 소비주의에 대한 선전포고를 일상적으로 시연합니다.

많은 독일인이 '내가 소비를 한다는 것은 나의 욕망을 위해서 미래 생명이 살아갈 지구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미래 생명에 대한 책임', 이것이 독일인들이 소비할 때 죄의식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이것은 생태적 질서에 맞추어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최근 독일에서 큰 화제를 모은 책을 보아도 소비에 대한 이들의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책 제목이 <풍요로부터의 해방>입니다. '빈곤으로부터의 해방'이란 말은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그런데 '풍요로부터의 해방'이라니요. 이것은 지금 우리가 누리는 엄청난 물질적 풍요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인류의 생태적 미래가 암울하다는 문제의식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현 단계 자본주의, 즉 과잉생산 자본주의가 조장하는 과잉풍요 상태를 인식하고, 이로부터 해방되지 않으면 생태계의 질서는 급격히 붕괴할 것이라는 얘기지요.

실제로 독일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풍요로부터 자신을 해방하려는 의지가 배어 있다는 인상을 자주 받습니다. 독일은 유럽에서도 매우 잘 사는 나라이지만, 독일인들의 삶은 참으로 검소합니다. 이것은 단순히 경제적으로 무언가를 아낀다는 근검절약을 실천하는 차원을 넘어서, 생태계를 보호해야 한다는 문명사적 의식에서 나온 실천 행위입니다. 그들은 미래 세대와 미래 생명을 위해 소비를 지극히 절제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것이지요.

-김누리,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 해냄출판사, 1만8500원

산업IT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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