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현기자
22대 국회 첫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보험료 카드 납부 의무화'가 발의됐다. 그동안 비용증가 등의 이유로 보험 업계에서 부담스러워했던 법안이다. 야당이 소비자 편익 증가라는 민생법안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어 이번 국회에선 통과가 가능할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보험료 납부 시 신용·직불·선불카드로 결제할 수 있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 측은 보험료 카드 납부 의무화를 민생법안으로 정하고 이번 국회 내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그동안 보험료를 카드로 납부하게 해달라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많았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약 2%대의 카드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의 전체 수입보험료 46조7506억원 중 카드로 결제된 금액은 7조7579억원으로 약 17% 비중이다. 생보사의 경우 전체 수입보험료 24조4152억원 중 카드 결제 금액이 9363억원으로 3.8%에 불과하다. 생명보험은 만기가 길고 금액이 크기 때문에 생보사들이 카드 수납을 잘 받지 않는다.
현재 생보사 중 삼성생명이 순수보장성 상품의 경우에만 삼성카드 결제를 허용하고 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카드 결제를 아예 받지 않는다. 손보사도 자동차보험을 제외하면 카드 납 비중이 작다. 올해 1분기 기준 손보사의 장기보장성보험 카드 결제 비중은 16%, 장기저축성보험은 3%대에 불과했다.
보험료 카드 납부 의무화 법안은 지난 20·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모두 폐기됐다. 금융당국도 카드 납을 허용해달라는 소비자 민원이 많아지자 2018년부터 각 보험협회 공시를 통해 보험사별 카드 납 지수를 공개하며 보험료 카드 납부 활성화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보험사들은 카드 수수료율이 적어도 1%대까지 떨어져야 한다며 참여에 반대하고 있다.
카드 업계는 1%대 수수료는 원가 수준이라며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주장한다. 보험사에만 별도의 수수료율을 정하는 건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에서 영세·중소업체는 금융위원회에서 정하는 카드수수료를 내면 된다. 하지만 보험사와 같은 연 매출 일정 금액 이상의 기업은 카드사들이 원가 이하로 수수료를 책정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번 개정안에선 보험료 카드 납부를 거부할 경우 보험사를 처벌하는 조항을 신설하는 등 규제를 더욱 강화했다. 이정문 의원실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카드 납부 제한은 소비자의 권익을 제한하고 카드 이용자를 차별하는 행위"라며 "카드 납부를 거부하거나 카드 납부자를 불리하게 대우하는 보험사에 대해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둬 소비자의 지불결제 편의를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한 생보사 관계자는 "카드 납부가 의무화되면 사업비가 상승해 고객이 납부하는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다"면서 "결국 카드사에 이익을 주고 고객 편익을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21대 국회서는 총 65건의 보험업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이 중 26건(40%)이 처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