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의미래]김선아 부회장 '경제동력 다시 작동시키는 도시 재생, 용산도 그 중 하나'

김선아 한국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인터뷰
'도시 재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용산
"미래 역할 고민하며 빈 공간 채워야"

편집자주금단의 땅'을 품고 있던 용산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한 세기가 넘도록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됐던 용산미군기지는 국민 모두의 공간인 용산공원으로 탈바꿈했고 대통령실 이전으로 대한민국 권력의 새로운 중심지로 자리매김하며 개발 계획도 본격 시작됐다.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로서의 역할 확대 요구도 이어진다. 서울 한복판, 남산과 한강을 잇는 한강 변 '금싸라기 땅'임에도 낙후된 주거지를 여전히 품고 있는 문제도 있다. 서울이 권력과 기업,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도시로서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용산에 주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선이다. 그런 의미에서 용산은 한국 도시의 현재이자 미래다.

"도시의 경제 동력을 다시 작동하게 만드는 것이 도시 재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용산도 도시 재생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김선아 한국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주)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무소 대표)은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용산 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전환을 '재생'의 관점에서 봤다. 산업, 시대상의 변화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된 도시를 다시 작동하게 한다는 의미에서다.

유럽에서 도시 재생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시작됐는지를 살펴보면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 김 부회장은 "1980년대 디지털 혁명이 시작되면서 2차 산업이 더이상 도시에서 기능을 못 하게 됐다"며 "도시라는 것은 사실 경제 동력으로서 존재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 도시를 다시 작동(generate)하게 하는 원리가 도시 재생(regeneration)"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에서는 난지도에 생긴 월드컵 공원, 청계천 복원 등이 도시 재생의 일환이라고 언급했다.

김 부회장은 유럽의 일부 도시들이 1990년대부터 산업의 변화에 맞춰 체질을 바꾸는 도시 재생을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김 부회장은 "유럽의 경우 성곽을 중심으로 '링'이 생기면서 발전했다. 이후 도시가 확장되고 링 바깥에 기차역 등이 세워지면서 산업단지들도 외곽으로 나가게 됐다"며 "그렇게 비워진 도심에 무엇을 채워 넣을지가 재생의 일부였다"고 했다.

한국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김선아 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무소 대표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빈 도심' 용산, 어떻게 채울 것인가

용산도 현재 비워진 도심을 채워 넣는 단계다. 100년간 자리했던 용산 미군기지가 단계적으로 평택으로 이전하고, 용산정비창·전자상가 부지 등도 개발을 앞두고 있다. 현재 국제업무지구·용산공원 등으로 탈바꿈한다는 밑바탕이 세워졌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빈 공간'이다.

그렇다면 빈 공간이 많은 용산을 어떻게 채워야 서울이 새롭게 기능할 수 있게 될까. 귀감이 될 만한 사례로 김 부회장은 이탈리아 밀라노를 꼽았다. 밀라노에는 현대적으로 탈바꿈한 복합지구 '시티라이프'가 있다. 오래전부터 도심 한 공간을 차지했던 엑스포장을 외곽으로 옮기게 되면서, 빈 공간은 거대한 개발 공간이 됐다. 국제 공모에 세계의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이 모였고, 결과적으로 이 공간에 현대 도시 시티라이프가 조성됐다. 오래된 박람회장 부지가 업무, 주거, 상업과 녹지, 공공 공간이 합쳐진 거대한 지구로 탈바꿈한 것이다. 김 부회장은 "밀라노에 (시티라이프처럼) 도시 구역에 새로운 구성을 하는 프로젝트가 10개 이상 있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녹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도시 전체의 연결이다. 김 부회장은 "밀라노는 그린 네트워크(녹지)와 블루 네트워크(수변)를 통해 전체 도시의 구조를 만들고 구역 개발을 했다. 모든 중요 개발지에는 항상 녹지가 중심이 되고 다른 구역과 연결이 되도록 한 것"이라며 "서울도 용산만이 아닌 도시 전체가 같이 작동할 수 있는 망을 짜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21세기의 관점에서 녹지는 주변부가 아닌 '중심'이 된다는 것이 김 부회장의 관점이다. 그는 "주 활동을 내부에서 하고 외부는 주변(side)으로서 여가를 죽이거나 통행을 하는 공간 이상으로, 어떠한 일상생활이 펼쳐지는 중요한 공간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녹지의 양을 따지는 것이 아닌 질적 측면도 생각해야 한다. 김 부회장은 "20세기에는 자연과 도시를 이분화시킨 것에 대한 반성으로 양적으로 녹지를 늘리려고 노력했다"며 "21세기는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도시로 가야 한다. 10그루의 나무를 그냥 심는 것보다 한 그루의 멋진 나무를 정확히 필요한 위치에 심어 '공간'을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용산, '도시의 중심' 역할 소화해야

한국도시계획가협회 부회장 김선아 스페이싱엔지니어링 건축사무소 대표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아울러 김 부회장은 용산이 과거와는 기능이 달라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과거 한양 도성 사대문 밖에서 물자 이동 역할을 했던 용산이 이제는 확장된 서울의 중심이 됐기 때문이다. 김 부회장은 "용산은 횡(橫)적으로도, 종(縱)적으로도 중심에 있게 됐다"면서 "외곽으로서의 도시 기능이 아닌 중심부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결국 용산이 지리적 중심지로서 교통 역할을 넘어 미래 도시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용산의 주변 지역에 대한 미래 구상과 연계해 같이 (개발 방향을) 고려해야 한다. 도시 전체의 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한 계획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서울이 앞으로 마주할 도시의 과제에서 중심에 위치한 용산이 해야 할 역할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구역별로만 개발하는 재개발 등은 20세기 후반에 있었던 일"이라며 21세기의 '마스터플랜'은 도시 전체가 작동하는 망을 짜라는 것이다. (구역들이) 연동해 도시 전체가 재생되는 느낌을 주는 계획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회부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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