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진법조전문기자
이별을 통보한 동거녀의 마음을 되돌려보려다 실패하자 목을 졸라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징역 10년이 확정됐다.
범행이 우발적으로 저질러진 점과 피해자의 유족과 합의가 이뤄져 유족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이 양형에 참작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39)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이 사건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에 대해 징역 10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김씨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2020년 1월부터 피해자 A씨(34·여)와 교제하기 시작한 김씨는 같은 해 4월부터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의 A씨의 집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1년 뒤에는 주거지를 옮겨 A씨와 A씨의 두 자녀와 함께 동거했다.
그런데 2023년 4월 A씨가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에 환자로 찾아온 B씨와 교제하기 시작하면서 두 사람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
김씨는 2023년 5월 22일 집 근처 편의점에서 A씨로부터 A씨가 B씨와 교제 중이라는 사실을 전해들었고, 같은 달 26일 A씨로부터 '우리 그냥 정리하자…. 지금 당장 힘들면 시간을 두고서라도 그렇게 하자'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이후 김씨는 A씨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계속 A씨와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러던 중 2023년 5월 27일 저녁 집안 거실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A씨가 샤워를 한 뒤 화장을 하고 외출하는 것을 본 김씨는 A씨가 B씨를 만나러 간다고 생각했다. 그날 저녁 A씨가 집에 돌아온 것을 확인한 김씨는 A씨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다음날 새벽 3시께 집으로 들어와 자녀 2명과 함께 누워있던 A씨의 몸 위에 엎드려 A씨를 껴안았다.
김씨는 A씨에게 "돌아와라. 왜 정신을 못 차리느냐. 짧게 만난 것 가지고 뭐하는 짓이냐. 왜 남자 때문에 흔들리느냐, 정신 차려라"라고 A씨를 설득했지만, A씨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미안해. 오빠한테는 다 미안해"라고 말하자 더 이상 A씨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는 생각에 화가 나 양손으로 A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1심 재판에서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수사 초기부터 범행을 자백한 점 ▲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피해자의 유족들에게 합의금으로 5000만원을 지급하고 합의한 점 ▲피해자의 유족들이 김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김씨가 사전에 범행을 계획하지 않은 채 우발적으로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범행 이후 뒤늦게나마 A씨를 구호하기 위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양형에 참작했다.
검사와 김씨 양측 모두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 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김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이 같은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