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지난달 미국 도매물가인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깜짝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둔화한 데 이어 PPI까지 하락, 인플레이션 완화 시그널이 연이어 나오며 금리 인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시장은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오는 9월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70% 가까이 반영중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5월 PPI가 전월 대비 0.2% 내린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전문가 전망치(0.1% 상승)는 물론 전월(0.5% 상승) 수치 또한 크게 하회했다.
PPI는 전년 대비로는 2.2% 상승해 역시 시장 예상치(2.5%)와 전월(2.3%) 수치를 모두 밑돌았다.
휘발유 가격이 내리면서 PPI 하락을 이끌었다. 5월 PPI 하락분의 거의 60%가 휘발유 가격 하락에 기인했다. 디젤 연료, 상업용 전력, 항공기 연료 가격도 내렸다. 전체 상품 물가는 0.8% 내려 지난해 10월 이후 낙폭이 가장 컸다. 올해 PPI 반등을 견인했던 서비스 물가는 그대로였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PPI도 하락했다. 5월 근원 PPI는 전월 대비 0%, 전년 대비 2.3% 올랐는데 전문가 전망치(각각 0.3%, 2.4%)와 전월(각각 0.5%, 2.5%) 수치 모두 하회했다.
도매물가인 PPI는 시차를 두고 소매물가인 CPI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뜨거웠던 인플레이션이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루 앞선 전날에는 CPI도 둔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5월 CPI는 전년 대비 3.3% 상승해 전망치(3.4%)와 전월(3.4%) 수치 모두 밑돌았다. Fed가 눈여겨보는 근원 CPI는 전년 대비 3.4% 올라 상승률은 두 달 연속 2021년 4월 이후 약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시장 예상치(3.5%)와 전월(3.6%) 수치 역시 모두 밑돌았다.
인플레이션을 자극했던 고용시장 둔화 지표도 확인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6월2~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4만2000건을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22만5000건)와 직전 주(22만9000건) 수치를 모두 웃돌며 노동시장이 서서히 냉각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이에 따라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 금리선물 시장은 Fed가 9월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내릴 가능성을 68% 가량 반영 중이다. 11월 0.25%포인트 이상 인하 가능성은 79% 넘게 반영하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에 국채 금리 역시 하락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 보다 4bp(1bp=0.01%포인트) 내린 4.7%선을 기록 중이다.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bp 하락한 4.28%선에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