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진기자
서울의 1인가구 비율이 꾸준히 늘어 전체 가구의 38.2%까지 치솟았다. 1인가구 증가가 사회문제로 나타나는 건 중장년, 고령층에서다. 이 연령층의 1인가구 증가는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 위험군이 늘고 있다는 것과 같은 얘기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올해 초 발표한 자료에서 1인가구 중 78.8%를 홀로 죽음을 맞는 '고독사' 위험군으로 분류했다. 여성보다는 남성이, 특히 50~60대의 고독사 위험이 크다고 했다. 서울시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돌봄고독정책관’을 신설한 것도 고독사 예방 등 고독과 고립으로 인한 사회문제 대응 필요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이런 문제에 가장 적극적인 건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는 기초지방자치단체다. 성북구 복지정책과 조연희 팀장은 일선에서 이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다 떠올린 생각은 취약계층의 안부확인을 꼼꼼하고 촘촘하게 할 수 있도록 ‘비대면 안부확인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이었다.
“성북구의 복지대상 가구 수는 2만 가구 정도에요. 그중 1인가구 비율이 51%나 됩니다. 1인가구 중에 복지대상자가 많다는 건 피부로 체감하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적정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고독사를 예방하면서 민원 스트레스가 많은 사회복지담당자의 업무부담을 늘리지 않는 방법을 생각하게 된 거죠.”
안부확인을 거부하는 복지대상자를 마찰 없이 모니터링할 수 있는 방법도 필요했다. 조 팀장은 “복지담당자들이 안부확인을 위해 연락하면 ‘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확인하려고 전화했냐’는 등 험한 소리를 하며 전화를 끊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게 현실”이라고 했다.
성북구는 조 팀장이 제안한 ‘똑똑 안부 확인시스템’을 올 8월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조 팀장의 제안을 들은 이승로 성북구청장도 “신속하게 도입하라”고 독려했다. 복지대상자 1인가구 1만여명 중 나이와 상황을 따져 3000명을 대상자로 하고, 시행 후 만족도 모니터링 등을 통해 앞으로 확대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똑똑 안부 확인시스템’은 대상자의 전화 수발신 기록이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문 열림·전력량 센서 등을 활용한다. 일정 기간 수발신 기록이 없거나 움직임이 없는 대상자에게 자동안부확인 전화를 걸어 1인가구의 상태를 확인하고, 그래도 응답이 없으면 동주민센터 담당공무원이 방문해 직접 안전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민간 업체가 개발하고 운영하는 시스템이라 가구당 월 2200원 정도의 돈이 든다. 3000가구를 대상으로 하면 월 660만원 정도의 비용이지만 고독사 예방이나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 응급상황 대처 등 여러 면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조 팀장은 지난달 27일 구청에서 진행한 ‘성북 정책오디션’에서 ‘취약계층 안부확인 이렇게 하는 건 어떨까요?’라는 주제를 발표하면서 '똑똑 안부 확인시스템’ 도입을 제안했다. 이날 24개의 제안 중 8건이 결선에 진출해 경합했고, 조 팀장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승로 구청장은 “지역 실정에 맞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다른 자치구의 우수한 사업을 지역 정책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정책오디션 제도를 도입했다”며 “공무원들이 가진 유용한 경험이나 콘텐츠가 사장되지 않고 잘 쓰이도록 근무평가나 승진에 도움이 되도록 파격적인 포상을 하겠다”고 했다.
성북 정책오디션은 구청에서 팀장급 업무를 맡아 ‘행정의 미드필더’로도 불리는 6급 공무원들이 사업을 발굴하는 제도다. 이들이 직접 사업을 수행하며 전 과정을 책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