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美 테마 ETF…밈 주식 열기는 '그림의 떡'

2021년 밈주식 열풍에 2000억달러 육박
올 2Q 기준 고점 대비 40% 하락해

최근 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 게임스톱, AMC엔터테인먼트 등과 같은 밈 주식 열풍이 다시 불고 있음에도 관련 테마 ETF(상장지수펀드) 시장은 빛이 바래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21년 2000억달러에 육박했던 미국 테마형 ETF 및 뮤추얼 펀드 시장 규모는 올해 2분기 기준 약 1200억달러(약 165조원)로 40% 가까이 폭락한 상태다. 해당 시장에서 지난 2분기까지 9분기 연속 자금 순유출이 발생했으며, 이 기간에 빠져나간 자본만 200억달러(약 27조원)에 달한다. 밈 주식 열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1년 1분기 미국 테마 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이 358억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WSJ는 "금리가 초저금리이고 소형 성장주가 급등하던 2021년에는 테마 투자 전략으로 수십억 달러를 유치한 캐시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먼트를 너도나도 따라 할 정도로 테마형 펀드가 업계의 화두였다"며 "당시 우후죽순 생겨났던 테마형 ETF들은 이후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과 더불어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고, 밈 주식의 부활을 기다렸던 투자자들은 갈 곳을 잃게 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2021년 한 해 동안 주가가 2400% 폭등하며 밈 주식 열풍을 견인했던 게임스톱은 최근 ‘대장 개미’ 로어링 키티의 복귀 소식에 주가가 다시 출렁이고 있다. 올해 들어선 41% 올랐다.

최근 미국 주요 3대 지수가 잇따라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는 점도 테마형 ETF 시장 위축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S&P500과 나스닥은 인공지능(AI) 칩 대장주 엔비디아의 기록적인 랠리에 힘입어 지난 1년간 각각 25%, 27% 가까이 올랐다. 단순히 지수를 추종하는 것만으로도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테마형 ETF와 같은 위험한 투자를 감행할 유인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밖에 인덱스 ETF(0.02%)보다 많게는 37배 가까이 비싼 테마형 ETF의 높은 수수료(0.75%)도 자금 유출의 패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밈 주식' 추종 ETF를 출시 2년 만에 폐지한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의 데이브 마자 최고경영자(CEO)는 "저금리 환경이 조성했던 (테마형 ETF) 투기 열풍은 끝났다"며 "이젠 많은 투자자가 (포트폴리오) 다각화의 중요성을 높이 평가하고 보다 실질적인 테마를 선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국제부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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