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버 다운은 천재지변과 같다'…배달앱 먹통에 점주들 울화통

6월6일·9일 각각 서버 장애 발생
자영업자 항의에도 보상 체계 없어
책임 소재 명확히 가려야…관련 논의 필요

지난 연휴 기간 배달의민족(배민)·요기요 등 국내 대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이 잇따라 서버 장애를 일으켜 한동안 주문이 마비됐다.

점주들은 서버 장애로 인해 영업에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며 보상을 촉구하고 나섰으나 양사는 별도 보상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배달앱 서버 장애에 따른 손해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밝히기 어려워 보상 규정에도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관련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배달의민족[사진제공=연합뉴스]

10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배민 라이더 전용 앱인 '배민커넥트'는 지난 6일 오후 6시30분부터 7시30분까지 약 1시간 동안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지역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장애를 일으켰다. 배민커넥트는 한집배달·알뜰배달 등 배민의 자체 배달 서비스를 수행하는 라이더들이 이용하는 전용 앱이다. 고객이 배민 앱에 접속해 음식을 주문하면 인근 라이더들에게 배민커넥트 앱을 통해 일명 '주문 콜'이 뜨는데, 라이더가 해당 콜을 수락하면 배차가 완료된다.

이날 배민커넥트 앱이 장애를 일으키면서 대부분 라이더가 주문 콜을 받지 못하거나 부정확한 콜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훈 민주노총 배달플랫폼노조 배민분과장은 "원래는 반경 2㎞ 이내 콜이 들어와야 하는데, 종로에 있는데 마포 콜이 들어오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며 "라이더 입장에선 5㎞ 떨어진 곳까지 픽업하러 가기 곤란하지 않나. 많은 라이더가 콜을 수락하지 않고 퇴근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서울 송파구에서 부업으로 배달일을 하는 정모씨(37)도 "앱 장애로 한동안 콜 배차를 받지 못했다"며 "결국 그날 저녁 시간대 일은 날리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배달앱인 요기요는 지난 9일 오후 6시40분부터 20분가량 서버가 마비됐다. 요기요는 사고 직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일시적으로 배달 앱에 장애가 발생했다"며 "즉각적인 원인 파악 후 장애 프로세스를 개선하겠다"고 사과했다.

점주들은 영업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했다며 배달 앱 측에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자영업자 200여명이 모인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전국 사장님 모임'은 지난 주말 발생한 서버 장애로 인한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용인에서 파스타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모씨(36)는 "주말 저녁은 그야말로 '피크 시간대'인데, 주문이 너무 적어 직접 확인해보니 배달 앱에 장애가 발생했더라. 그런데도 사측에서 어떤 공지도 주지 않았다"며 "황금 시간대를 날려 영업에 심각한 차질을 입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배달의민족 라이더 전용 앱 '배민커넥트' 서버 장애로 인해 일시적으로 거리 제한이 걸린 후 해소된 모습[사진제공=자영업자 이모씨]

그럼에도 배민·요기요 등 배달 앱 측은 이번 일로 인한 별도의 보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배민 관계자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배차 지연 문제가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별도의 보상 계획이나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요기요 관계자도 "서버 다운은 아주 간혹 일어나는 일로, 천재지변과 같다. 해당 사고로 사측도 손해를 봤기에 점주들을 대상으로 한 별도의 보상은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배달 앱 서버 장애로 인한 문제는 책임 소재를 명확히 가리기가 어렵다며 별도의 보상 체계가 마련되기까지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난설헌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일이 서버 문제인지, 통신사의 문제인지 그 원인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먼저다. 배달 앱 측에서도 책임 소재가 명확하지 않은 이상 별도의 보상 체계를 만드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피해가 아주 크면 도의적인 책임을 질 순 있겠으나, 그게 아니라면 배달 앱에 보상을 강제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달 앱 장애로 인한 문제가 반복되고 피해 사례가 알려지면서 책임 소재를 가리려는 논의가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회부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사회부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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