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인턴기자
미국의 초등학생들이 공룡의 대명사인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Rex·티렉스) 화석을 발견하면서 영화 '쥐라기 공원' 속 한장면처럼 꿈꾸던 순간을 맞이했다.
수천만년 전 티라노사우르스 화석을 발견한 어린이 3인방 리엄(7)·제신(10) 피셔 형제와 사촌 케이든 메드슨(9).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성공한 공룡 덕후'가 된 어린이 3인방 리엄(7)·제신(10) 피셔 형제와 사촌 케이든 메드슨(9)의 사연을 보도했다. 이들은 피셔 형제의 아버지와 함께 공룡 화석이 다수 나온 지역으로 유명한 매머스 유적지를 탐험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이들은 땅에서 밖으로 튀어나온 무언가의 뼈를 발견했다. 당시에는 이 뼈의 주인을 몰랐고, 리엄은 이 뼈에 '큰 덩치 공룡'(chunk-osaurus)이라고 이름 붙였다. 형제의 아버지인 샘 피셔는 이 뼈의 사진을 찍어 콜로라도주 덴버 자연과학 박물관에서 척추 고생물학 큐레이터로 일하는 친구 타일러 리슨에게 보여줬다. 리슨은 이 뼈가 비교적 흔하게 발견되는 하드로사우르스류 공룡의 뼈라고 생각했다. 그 뒤로 리슨과 피셔 가족은 지난해 여름부터 함께 발굴을 시작했다.
발굴 작업이 진행되자 여러 개의 이빨이 튀어나온 공룡의 아래턱뼈 부분이 발견됐고, 곧 이 화석이 극히 드물게 발견되는 수천만년 전 티렉스의 뼈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화석의 주인인 티렉스는 약 6700만년 전 지구에 살았을 것으로 추정됐으며, 이후 미국 몬태나·와이오밍·사우스다코타·노스다코타주에 걸쳐있는 '헬크릭 지층'에 묻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곳은 사암과 이암 등으로 구성된 91m 두께의 층으로 공룡 화석이 자주 발견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공룡이 죽었을 때 나이는 13~15살로 어린 공룡이었으며, 몸길이 3m·몸무게 1.5t으로 성체 티렉스의 약 3분의 2 정도로 추정했다. 또 피셔 가족이 처음 발견한 화석은 이 공룡의 정강이뼈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에 발견된 화석도 얼마나 온전하게 남아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상태가 좋은 티렉스의 화석은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리슨 큐레이터는 "그간 100개 이상의 티렉스 화석이 발견됐지만, 대부분 부분적으로 존재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발견된 티렉스 화석의 대부분은 성체였기 때문에 이번 발견은 매우 특별하다"며 "어린 동물의 화석이 있으면 성장 패턴과 같은 공룡 생태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까지는 이 공룡의 다리·엉덩이·골반·꼬리뼈 두 점·두개골 일부가 발굴됐다. 남은 화석을 완전히 발굴하기까지는 1년여가 더 소요될 전망이다.
엄청난 발견을 해난 피셔 가족은 환희에 젖었다. 리엄은 자신이 화석을 발견했다는 사실을 친구들이 전혀 믿지 않았다며 자신과 형 제신·사촌 형 케이든이 해당 화석에 "브라더"(brothers·형제)라는 애칭을 붙여줬다고 전했다. 케이든은 3인방이 가장 좋아하는 공룡이 티렉스라며 자신들이 이 화석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말이 안 나왔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덴버 자연과학 박물관은 헬리콥터를 동원해 이 화석을 공수했고, 오는 21일부터 관련 특별전을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