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미국의 한 스타트업 기업이 사람의 머리를 통째로 떼어내 다른 사람의 몸에 이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선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수술이 현실화할 수 있을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뉴욕포스트 등 외신은 두바이에 본사를 둔 미국 스타트업 ‘브레인브릿지’가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환자(수혜자)의 머리를 뇌사 상태인 기증자의 몸에 이식하는 수술 과정을 그래픽으로 구현한 영상을 공개했다고 보도했다.
업체 측은 환자는 뇌와 척수가 옮겨져 건강한 몸을 가질 수 있으며, 머리 주인의 기억과 의식은 유지된다고 전했다. 또 이 수술을 받으면 평균 수명보다 훨씬 더 오래 살 수 있다며 현재 의학의 한계를 뛰어넘는 혁신적인 치료법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레인브릿지는 약 8년 내에 첫 번째 수술을 수행할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하셈 알 가일리는 “우리 기술의 목표는 의학 과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생명의 위협과 싸우는 사람들에게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공하는 것”이라며 “몇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생명을 구하는 치료법의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업체 측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먼저 수술 전 머리를 가진 환자와 몸을 가진 기증자 모두 냉각 상태에 들어가 뇌 손상에 대비한다. 인공지능(AI) 시스템이 모든 수술 절차를 통제돼 신경과 근육이 정확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브레인브릿지의 주장이다. 수술 후 환자는 최대 한 달간 중환자실에서 혼수상태로 면역체계를 점검하고 신체에 대한 뇌의 제어권을 회복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브레인브릿지의 주장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영국 햄프셔에 있는 NHS(국가보건의료서비스) 외과의사 카란 랑가라잔 박사는 “머리 이식 수술에서 모든 신경이 연결되더라도, 수술 후 그것이 하나라도 빠지면 환자는 즉각 사망할 수 있다”면서 “게다가 이식 거부를 막기 위해 평생 약물 치료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대학교의 신경과학 전문가 아마드 알 클레이파트 박사는 “이 수술은 뇌의 작동 방식을 심각하게 단순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카디프대학원 신경과학분야 연구원인 딘 버넷 박사도 “여러 측면에서 머리 이식 수술은 터무니없는 주장에 가깝다”고 일축하며 “민간 기업들이 미래 기술에 관해 주장하는 가설 중에서 가장 극단적”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브레인브릿지의 주장이 현실화한다 해도 윤리적인 논쟁이 따를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2016년 유럽신경외과학회 윤리법률위원회도 인간의 머리 이식이 비윤리적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