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선업튀' 보고 싶었나…132만 번 '광클' 몰래 시청한 中

'선재 업고 튀어' 132만회
'눈물의여왕' 205만회 등

중국에서 한국 콘텐츠(K콘텐츠)를 몰래 시청하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 드라마, 영화, 음악을 불법으로 즐기는가 하면, 굿즈까지 베껴 만들기를 하고 있다. 저작권을 강화해야 하며, 정부의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tvN '선재 업고 튀어' [tvN 제공, 연합뉴스]

중국 동영상 플랫폼에서 '도둑 시청'

중국 동영상 플랫폼 유쿠, 비리비리(중국판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 드라마, 영화를 쉽게 볼 수 있다. 과거 인기작부터 최신작까지 모두 시청이 가능하다. 24일 비리비리 기준,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전회차를 올려놓은 영상은 조회수가 132만회 이상이다. 4만 건이 넘는 댓글도 달렸다. tvN '눈물의여왕'은 205만회 시청됐다. 지난 4일 시작한 JTBC '히어로는 아닙니다만'도 7만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사진=중국 동영상 사이트 캡처

콘텐츠 리뷰 사이트 더우반(豆瓣)에는 중국에서 개봉도 하지 않은 작품 '파묘' '서울의봄' '범죄도시'가 각각 6.7, 8.8, 7.2점 평점을 받고 있었다. 특정 OTT 플랫폼에서만 볼 수 있는 작품인데 중국 영화 리뷰 사이트에 별점 뿐 아니라 시청 소감도 달려있다. '더 글로리', '무빙', '오징어 게임' 등도 대표적인 중국인들의 '도둑 시청' 콘텐츠로 꼽힌다.

중국인들은 왜 K콘텐츠를 몰래볼까

2016년 사드 배치 이슈로 인해 중국 내 한한령(한국 드라마 금지령)이 터졌다. 과거 중국인들은 미디어를 감시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의 심의를 통과한 한국 콘텐츠를 중국 TV 채널에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한국 배우가 중국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한국 감독과 중국 제작진이 손을 잡고 만든 한중 합작 영화도 많았다.

하지만 한한령이 터진 이후 한국 드라마, 예능프로그램뿐 아니라 한중합작 영화 제작 등이 꽉 막혀버렸다. 2016년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TV에서 마지막으로 방영됐으며, 2017년 '오! 문희' 이후로 중국 내 한국 영화 개봉이 멈춘 상태다.

중국에서는 만리방화벽(중국 정부가 중국과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을 규제하는 것)이 심하기 때문에 해외 OTT를 이용하지 못한다. 우회경로(VPN·가상사설망)를 뚫어 정식으로 OTT에 가입해 한국 콘텐츠를 이용할 수는 있지만, 중국 검색 사이트에 작품명만 검색하면 공짜로 볼 수 있는 동영상 플랫폼이 수두룩하다보니 '도둑 시청'이 관행처럼 굳어지는 것이다.

중국인들이 한국 콘텐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배우의 연기력과 외모, 그리고 탄탄한 작품 구성 때문이다. 중국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세련된 연출 방식과 화면 구성, 섬세한 감정 표현 등이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선이페이(沈奕斐)푸단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비리비리 영상을 통해 "한국 드라마를 보면 여주인공을 다정하게 바라보는 남자 주인공들의 모습이 나온다. 그 눈빛을 보면 중국 여성들은 자신의 삶이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라고 전했다. 이어 한국 드라마의 디테일한 구성과 표현법이 인기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디테일한 감정 표현과 서사는 시청자들을 감동하게 한다"며 "이것은 감성의 힘이자 한국 드라마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규제, 저작권 강화 등 콘텐츠 보호 방안 마련해야

김원동 한중콘텐츠연구소 대표는 "중국 내 한국 드라마의 인기는 한한령 이전보다도 더 뜨겁게 느껴진다"라며 "한국 드라마 장르물, 현대물은 세계 어떤 작품과 견주어도 높은 수준이다. 중국인들도 재밌고 높은 수준이기에 좋아하는 것"이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불법 시청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렇게라도 한류 열풍 명맥을 이어나가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반면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정부 규제, 저작권 강화 등 콘텐츠 보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2022 베이징올림픽 캐릭터 빙둔둔 베껴 만들기가 기승일 때 이를 제한한 적 있다"면서 "중국 정부도 한국 콘텐츠 도둑 시청이 충분히 잘못됐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신경 쓰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한령이 풀리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몰래 보는 것까지 터치할 영역이 아니라는 입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중국 정부와 언론에서 몰래 보는 것에 관한 문제를 다뤄주면 규제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국회에서 한국 콘텐츠를 보호할 수 있는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서 교수는 "콘텐츠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전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한국 콘텐츠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기획취재부 김진선 기자 caro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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