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자가진단 테스트 해보니…'고위험군은 어떻게 하면 되나요'[청년고립24시]

<보도, 그 이후>
독자들이 해본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테스트
고위험 나왔다면 전문가 찾아 도움 요청해야

외로움·사회적 고립 척도 검사 만든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편집자주퇴근 후 혼자 끼니를 때울 때,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는 수백개지만 힘든 일이 있어도 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을 때, 아프거나 돈이 없는데 도움을 요청할 수 없을 때... 아시아경제가 만난 20·30대 청년들은 이럴 때 고립감을 느꼈다고 털어놨습니다. 혹시 당신의 이야기는 아닌가요? '히키코모리', '은둔형 외톨이'와 같은 단어가 나와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왔다면 이제는 고립·은둔을 다시 제대로 바라볼 때입니다.

<i>"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함께 경험하는 사람의 정신건강이 가장 심각한 상태에 있는 것이 확인됐습니다. 감정적 외로움과 사회적 소외감을 겪으며 고통 받다가 완전히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것으로 보입니다."</i>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고립·은둔 문제를 해결하는 첫 번째 단계는 당사자가 스스로 문제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다. 자신이 외로움을 느끼고 사회적으로 고립됐는지를 파악하면 문제를 해결하려고 행동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보도를 시작한 특별취재팀의 [청년고립24시] 기사에는 본인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척도가 함께 게재됐다. 한국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반영한 6개 문항으로 외로움과 사회적 지지, 사회 관계망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척도였다. 10대부터 50대 이상 중장년층까지 600명에 가까운 독자들이 이를 활용해 자신의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정도를 파악했다.

이 척도를 개발한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첫 기사 보도 이후인 지난 1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문제에 있어 가장 심각한 '고위험군'(총점 18점 중 10점 이상)이 성인 인구의 상위 15%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독자 응답에서는 응답자의 42%(17일 기준)가 외로움·사회적 고립 고위험군이었으며 청년층인 20·30대 고위험군 비율도 동일해 비교적 많은 편이었다.

홍 교수에 따르면 고위험군의 경우 주요우울장애 유병률이 26.4%로 저위험군(3.9%), 중위험군(9.5%)보다 높다. 불안장애도 고위험군의 유병률이 17.5%로 중위험군(10%), 저위험군(7.7%)을 크게 웃돈다. 고위험군에서는 담배나 알코올 사용 비율이 높고 자살사고(suicidal thought), 자살계획, 자살 시도도 저위험군에서 고위험군으로 갈수록 높은 비율을 보인다.

고위험군은 삶의 만족도도 현저하게 떨어지는 특징을 보인다. 실제 척도 조사에 참여한 독자들은 "삶은 고통을 버티는 여정인 것 같다",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기대감이 없어진 지 몇 년 됐다", "세상에 혼자인 기분"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을 남겼다. 홍 교수는 "고위험군은 심각한 위험에 직면해 있으므로 즉각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며 "자살 성향도 높게 나타나므로 위기 상황에서의 적절한 대처 방법이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위험군(총점 18점 중 8점 이하)은 안심해도 되냐는 질문에 홍 교수는 "정신건강 문제에서 자유롭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면서 "개인이 처한 환경이나 문제에 따라 중위험군, 고위험군이 될 수 있는 만큼 예방을 위해 자신의 상태를 관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기관 정보를 미리 알아두고, 평소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은 얼핏 보면 의미가 비슷한 듯 보이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두 개념 모두 사회적 관계의 부족에서 시작되나 외로움은 개인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것을 의미하는 것과 달리 사회적 고립은 사회적 관계의 부족 자체를 의미하는 객관적인 상태를 말한다. 사회적으로는 고립돼도 외롭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독립적인 생활을 선호해 스스로 타인과의 관계를 단절한 만큼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이나 삶의 만족도, 자살 성향 모두에서 일반인에 비해 위험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홍 교수의 설명이다. 문제는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동시에 느끼는 사람들이다.

<i>"외로움을 경험하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들과 교류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스스로 회복을 추구하게 되지만, 이에 실패해서 고립 상황에 빠진 군은 가장 어려운 상태에 놓여 있는 분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바로 고립을 극복하기 위해 사회적 지원이 절실한 군으로 보여요."</i>

37년 차 정신과 의사로 정신건강 관련 정책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온 홍 교수는 최근 청년의 고립·은둔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외로움과 고립 문제는 사회에 항상 존재했던 문제였으나 청년의 고립·은둔 문제가 점차 사회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서울시 정신 건강복지 지원단장이자 대한불안의학회 이사장, 대한사회정신의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2018년에는 정신질환 실태조사, 정신건강과 자살 예방정책 개발 등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

홍 교수는 대도시화와 공동체 파괴에 따른 친밀한 관계 부족, IT 기술 발전으로 인한 사회성 부족과 단절 경험, 청년 실업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향 등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등이 청년을 고립·은둔으로 내몰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에 청년들에게 사회적 지지 기능을 해주던 가족은 숫자가 줄고 기능이 약화했으며 동창회나 향우회, 동아리 모임의 순기능이 줄고 종교 활동을 하는 비율도 급격히 감소했다"며 "외로움과 고립에서 이들을 보호해주는 사회적 기능이 약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i>"사회나 가족에서 받는 압박이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부담감으로 위축돼 관계를 피하면서 점차 고립됩니다. 성격적으로 사회관계에 대한 불안이나 사회성 부족으로 타인과 연결되면서 겪는 불편감 대신 혼자서 생활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고 결국 은둔 생활을 하게 되는 것이죠. 게임이나 SNS 메신저로 사회적 상호작용 욕구를 충족하면서 부담 없는 인간관계에 머물게 되면서 고립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i>

전체 생애주기로 보면 청년층의 외로움과 고립 문제가 가장 심각한 것은 아니라고 홍 교수는 설명했다, 그러나 "이 시기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을 겪는 분들은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할 기회가 단절된다"며 "인간관계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여생 동안 고립 상황이 지속될 수 있고 결혼이나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홍 교수는 "본인이 원했던 직업이나 사회활동을 포기해 평생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로 인해 본인뿐 아니라 가족까지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할 수 있고 정신질환으로 고통을 받더라도 극복할 수 있는 자원이나 힘이 없어 만성화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고 말했다.

청년의 고립·은둔 문제가 사회현상으로 불거지는 만큼 정책적 지원은 필수다. 홍 교수는 "은둔 청년을 위한 사회적 활동 지원 서비스를 개발해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 고위험군을 선별해 이들에 대한 교육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대학이나 직장에서 정신질환 외에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에 대비한 소통기술, 정서 조절기법 등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고 공공기관이나 종교기관이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해 지역사회에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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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asiae.co.kr/list/project/2024050314290051322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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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부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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