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환기자
수원·용인·성남·화성 등 4개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이른바 '경기남부 광역철도'가 지역 부동산 시장의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사업이 지자체들의 '건의' 단계임에도 일선 부동산중개업소와 개발업자들 중심으로 근거 없는 세부 노선과 수혜 단지까지 거론하며 마케팅 수단으로 삼는 분위기다.
용인·화성 등 경기 남부지역 일선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4개 지자체가 '경기남부 광역철도 신설' 추진 계획을 밝힌 직후 온라인에는 이를 활용한 부동산 마케팅 글이 잇따르고 있다.
4개 지자체는 이날 발표한 내용은 서울 종합운동장역~수서~성남~용인~수원~화성을 잇는 이른바 '경기남부 광역철도' 신설을 국토교통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해 줄 것을 요청하는 공동건의문이다.
지자체들의 발표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여기에 살을 붙여 해당 노선의 구체적 통과 지역과 정차역을 언급하며 부동산 매수를 부추기는 형식의 글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노선의 구체적 정차역을 언급하며 차량기지 예정지까지 추정했다. 일부 중개업소와 분양대행업체들은 온라인커뮤니티에서 구체적인 수혜 단지까지 지목하는 모습이다. 실제 한 카페 글은 '경기남부광역철도 봉담역 예정지'를 소개하면서 주변 수혜아파트를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정부와 해당 지자체들은 이같은 추측을 경계하고 나섰다. 지난 10일 회의에서도 4개 시 시장들은 자칫 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 사업이 정부의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되기 전까지는 세부 노선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 역시 해당 노선이 사전에 노출될 경우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반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은 10년 단위의 철도망 구축 계획을 담은 철도 분야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공동건의문은 현재 상태에서는 아직 구체적 계획은 고사하고 사업 추진 여부조차 확정되지 않은 지자체 차원의 구상일 뿐이다. 계획에 반영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사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경제성'이나 '수요'를 고려한 노선 변경 가능성도 높다.
용인시 관계자는 "아직 큰 틀에서 구상 중인 철도 노선이나 정차역과 관련해 세부안은 확정된 것이 없다"며 소비자들에게 확인되지 않은 소문을 근거로 한 투자에는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