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탄광 '장성광업소' 87년만의 폐광…대책비 1034억 편성

장성광업소, 지난달 29일 폐광예비신청 접수
조기폐광특별위로금 329억원 등 지급 예정
폐광 시 태백시 피해규모 3조3000억원 달해
“대체산업 육성하고, 고용위기지역 요청할 것”

태백시에서 근무하던 한 석탄 광부의 모습. 사진=태백시

한국의 마지막 탄광인 태백 장성광업소가 폐광을 위한 본격적인 절차에 돌입했다. 세계적인 친환경 기조로 석탄 수요가 줄어들고 채굴성까지 악화함에 따라 더 이상 탄광을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폐광이 이뤄지면 3조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태백시는 대체산업 육성과 정부 지원에 사활을 걸었다.

9일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태백 장성광업소는 지난달 29일 폐광예비신청서를 냈다. 예비신청은 석탄회사가 폐광 시 여러 국가지원을 받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해 폐광의 첫 번째 단계로 여겨진다. 폐광 예상월은 오는 7월. 채굴작업은 지난달 종료된 상태다.

예비신청에 따라 장성광업소가 받는 지원비는 1034억8400만원이다. 이 가운데 근로자 대책비가 1028억1100만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근로자 대책비는 조기폐광 특별위로금(329억200만원), 특별위로금(333억3200만원), 퇴직금(162억7600만원), 전업준비금(138억8700만원) 등에 쓸 계획이다. 광업자 대책비는 6억7300만원으로 시설 이전과 폐기 비용에 투입된다.

장성광업소는 공식적으로 1950년 대한석탄공사 창립과 함께 출범한 국내 최대 탄광이다. 일제 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가면 1936년부터 삼척탄광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됐다. 지금까지 87년간 유지된 것이다. 1959년에 이미 석탄생산량 100만t을 달성했고, 1979년에는 228만t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산업화 시대 주 에너지 공급원의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가 붙는다.

태백시 3조원 타격 우려…“대체산업 육성, 고용위기지역 요청”

장성광업소는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탄광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당시 정부는 유가가 안정을 되찾고 친환경 연료에 대한 수요가 늘기 시작하자 석탄 생산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돌입했다. 이후 석탄 소비량이 급감하고 매장량이 고갈된 데다 석탄공사의 부채까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워졌다.

강원도는 장성광업소 폐광이 이뤄지면 지역사회의 피해액이 3조3000억원에 달하고, 지역내총생산(GRDP)이 13.6%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인구 유출도 심각할 전망이다. 태백은 1980년대 주민이 12만명을 넘어설 때도 있었지만, 탄광업의 몰락과 함께 인구가 줄면서 현재는 3만명대로 추락했다. 전국 시 단위 지역 중 가장 적고, 일부 군 지역보다 뒤처지는 수준이다. 직원 416명을 포함해 총 876명이 실직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주민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태백시는 탄광을 대체할 대체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태백시는 장성광업소 청정메탄올 생산기지, 철암역 메탄올·광물 물류시설, 고토실 산업단지 내 핵심광물 산단 등 총 5219억원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하고 있다. 태백시 관계자는 “올해 예타가 통과된다면 내년 국비를 확보하게 된다”면서 “내년에 부지정리를 시작한다면 2027년부터 본격적인 산업단지 조성과 관련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체산업 육성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고용위기지역 선정도 함께 요청하기로 했다. 고용위기지역은 고용사정이 급격히 악화해 지원이 필요한 지방자치단체를 말한다. 고용위기지역에 선정되면 사업주 지원,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 고용안정, 직업 능력개발 등의 예산을 먼저 받을 수 있다. 태백시는 이달 중으로 고용위기지역 선정을 위한 연구용역을 수행하고 고용노동부에 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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