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3>

편집자주우울증은 왜 생겼는지, 그 원인을 알기 어렵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부정확한 진술에만 의존해 진료가 이뤄지다 보니 정확한 진단도 쉽지 않다. 혹 원인을 알아도 환자에게 맞는 약을 찾는 데만 보통 몇 달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1분 1초가 힘든 환자는 지쳐가고 증상은 더 악화하기 마련이다. 저자는 우울증이 함께 생활하는 가족의 도움 없이는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늘 곁에 있는 가족이 우울증을 이해하고, 환자 상태를 파악하며, 환자가 우울증에 매몰되지 않게 도움을 줘야 한다는 얘기다. 생각보다 어렵고 큰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글자 수 1003자.

먹는 것부터 철저히 살펴보고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정작 어떤 식단을 기준으로 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비만인 사람은 저열량식을 먹고, 당뇨인 사람은 저혈당 식이요법을 하는데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어떻게 식사를 해야 되는지 정해진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민하다 아이들 키우던 때가 생각나서 아내에게 "아픈 사람은 스스로를 신생아로 여겨야 된다. 잘 먹어야 한다."라고 얘기하고 절대 대충 먹지 못하게 했습니다.

예를 들면, 우울증이 오면 탄수화물을 자주 찾는데, 세로토닌 생성에 인슐린 분비가 필수적이라 세로토닌 수치가 낮을수록 단것이 먹고 싶어집니다. 이럴 때 밥·면·빵 같은 정제 탄수화물(단순당)을 섭취하면 혈당이 급격히 상승했다 추락하는 것이 반복돼 오히려 정상적인 세로토닌 합성을 방해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우울감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내 식단에서 밥·과자·국수·빵 같은 것은 확 줄이고, 아예 장 볼 때 삼겹살, 소고기, 닭 등 영양분이 풍부한 식재료를 넉넉하게 주문했습니다.

식탁 위에 늘 놓여 있던 빵이 없어지고 밥이 반으로 줄어드니까 아내가 낯설어 했는데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늘리니까 식탐과 배고픔도 줄었습니다. 매일 먹던 라면도 점차 먹지 않게 되고 나중에는 라면이나 국수를 봐도 시큰둥해질 정도로 식욕이 조절됐습니다.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않아 그런지 맛을 느끼는 능력도 좋아져서 무얼 먹어도 전에 비해 맛이 풍부하게 느껴져 즐거워했습니다.

(중략)

식사량도 중요한 문제였는데, 우울증이 심해지면 식사량이 확 줄고 날씨가 흐린 날은 아예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생길 정도로 밀접한 영향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식사를 제대로 못하면 다시 컨디션이 안 좋아지는데, 우울증으로 몸 상태가 안 좋아서 적게 먹으면 이후 컨디션이 더 안 좋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집니다. 이걸 알게 된 후부터는 조리 방법이나 먹는 양도 신경을 써서 너무 적게 먹은 것 같으면 식사에 불편한 점이 있는지, 맛이 너무 없는 것인지 등등 잘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나 살펴봤습니다.

-최의종, <소중한 사람을 위해 우울증을 공부합니다>, 라디오북, 2만원

산업IT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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