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톡]TSMC를 950조원으로 키운 이 남자...박수칠 때 떠나는 2세대 수장

글로벌 확장하고 떠나는 류더인
장중머우 창업자에 이어 2018년 취임
임기중 주가 264% 급등…시총 950兆
글로벌 시장서 영향력 확대 기여
미·일·독 등에 공장 건설 결정 주목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의 류더인 회장이 오는 6월 자리에서 물러난다. 장중머우 창업자에 이어 TSMC의 2세대 수장이 된 류 회장은 회사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만든 '1등 공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류 회장은 본진인 대만을 넘어 미국, 일본, 독일까지 영역을 확장해 임기 중 회사의 시장가치를 950조원으로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류더인 TSMC 회장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블룸버그통신의 팀 컬판 칼럼니스트는 최근 "반도체 산업은 수많은 어려움에 직면했지만, 류더인 TSMC 회장이 남긴 유산은 수십년간 남아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TSMC는 지난해 12월 류 회장의 퇴진 소식을 미리 발표했다. 2018년 6월 회장직에 취임한 그가 올해 6월 이사회에서 회장직을 현 공동 최고경영자(CEO)인 웨이저자 부회장에게 넘기겠다는 내용이었다. 발표 당시 그는 "수십년간 쌓아온 반도체 경험을 다른 곳에 사용하고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싶다"면서 "내 삶의 다음 장을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류 회장의 성과를 수치로 살펴보면 그야말로 대성공이다. 우선 TSMC의 주가는 류 회장 임기 중 263.7% 급등했다. 미국 뉴욕증시에서 2018년 6월 말 36.56달러(약 5만350원)였던 주가는 지난 24일 기준 132.97달러까지 치솟았다. 기업가치를 나타내는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1896억300달러에서 현재 6897억1620만달러로 네 배 가까이 급증했다. 연간 매출도 2018년 342억3000만달러에서 2023년 759억9000만달러로 끌어올렸다. TSMC의 매출총이익률은 2018년 48.27%에서 2023년 54.40%까지 올랐다. 컬판 칼럼니스트는 "(류 회장 임기 중) 경영진이 현금 배당 규모를 키웠고, 성장하면서 동시에 소득 창출 효과를 내는 기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류 회장이 이끄는 TSMC는 입지를 공고히 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2018년 상반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내 매출 점유율은 56.1%에서 지난해 4분기 61.2%로 올랐다. 지난 5년간 점유율은 등락을 거듭했으나 2위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벌린채 파운드리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렇듯 TSMC가 파운드리 시장에서 견고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류 회장이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데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장 창업자가 파운드리라는 사업 모델을 만들고 시장에 자리 잡을 수 있게 틀을 구축해 반도체 제조 기술력을 키웠다면 류 회장은 TSMC의 기술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글로벌 기지를 확대해 나갔다. 장 창업자의 경우 1987년 회사 창업 이후 대만 밖에 공장 짓는 것에 거부감이 있었다. 류 회장이 취임하던 2018년 TSMC는 미국 워싱턴주와 중국에 공장이 있었으나 규모가 극소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류 회장은 'TSMC의 본부는 대만에 있어야 한다'는 장 창업자의 뜻을 고수하면서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시기에 발 빠르게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국에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 건설 투자를 결정했다.

2020년 5월 미국 애리조나에 첫 파운드리 공장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류 회장은 애리조나에만 최근까지 공장 2개를 더 짓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현재 400억달러를 들여 1·2공장을 짓고 있으며 3공장에도 250억달러를 추가로 투입할 예정이다. 가장 최근에 발표한 3공장에서는 2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의 최첨단 공정을 사용해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이다. TSMC가 2021년 10월 일본 구마모토에 짓겠다고 발표한 첫 공장은 이미 완공식을 마쳤다. 이 공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TSMC는 구마모토에 제2 공장도 짓기로 했다. TSMC는 또 지난해 8월 독일 드레스덴에도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해 유럽 내 고객사를 위한 거점도 마련키로 했다.

TSMC의 류더인 회장(사진 오른쪽)과 웨이저자 부회장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류 회장이 떠나는 TSMC 앞에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웨이 부회장이 6월 이사회에서 회장으로 등극하게 되면 류 회장이 내놓은 해외 공장 건설 과제들을 완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애리조나 공장의 경우 미국의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에 대만과의 문화 차이 등으로 인한 인력 확보 어려움으로 건설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는 상황이다. 미 정부가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66억달러를 지원키로 했으나, 공장 건설을 서두르고 현지 고객사와 관계를 맺는 것은 웨이 부회장의 몫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서는 경영진 교체가 TSMC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웨이 부회장이 2018년부터 류 회장과 함께 경영해온 데다 올해 상반기 중 선임 부사장 직무 조정 등을 거치며 경영진의 인수인계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장 창업자가 회사의 2대 핵심 부문이라고 밝힌 운영과 연구개발(R&D) 분야 업무는 선임 부사장 2명이 각각 나눠 맡게 될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취재부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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