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수집하고 채팅앱 추적'…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와의 전쟁

청소년 온라인 성 착취 상담센터 '디포유스'
작년 2월 신설돼 4600여명 넘게 전문상담

따옴표"SNS가 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유입 경로가 됐어요. 실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우리가 먼저 청소년을 찾아갑니다."

지난 22일 아동 청소년의 온라인 성 착취 피해 상담 센터 '디포유스'가 둥지를 틀고 있는 서울 중구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를 찾았다. 디포유스는 여성가족부가 청소년 온라인 성 착취 예방을 위한 상담 지원사업을 시작하면서 지난해 2월 출범했다.

이곳에서 만난 김효정 디성센터 청소년보호팀 팀장이 온라인상의 청소년 범죄 노출에 대한 심각성을 알려주겠다며 스마트폰 한 대를 꺼내 들었다. 한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켜자 '미성년자 애인을 구한다', '고등학생과의 만남을 원한다'는 등 청소년을 타깃으로 한 메시지가 화면을 가득 채웠다. 여러 차례 화면을 내렸지만 수십명의 이용자들이 보낸 메시지는 끝도 없이 이어졌다.

최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성 착취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범죄 예방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여성가족부의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 착취물을 제작하거나 판매해 유죄를 선고받은 성범죄자는 102명으로 전년 대비 62% 늘었다. 아동·청소년 성폭력 범죄의 경우 전체 가해자의 22%가 인터넷 채팅 등을 통해 피해자와 접촉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서울 중구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김효정 청소년보호팀 팀장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지은]

피해당하고도 범죄인지 몰라…법률·의료 지원 연계 이끌어

디포유스는 이 같은 범죄를 막기 위해 일선에서 뛰고 있는 피해 예방팀이다. 상담 채널을 두드린 청소년들에게 피해 상담을 제공하고 디성센터 산하 삭제 지원팀과 상담 연계팀과 협력해 피해 구제를 돕는다. 지난해 2월 상담 채널이 신설된 이후 총 4609명의 청소년과 상담을 진행했다. 디포유스에 접수된 신고 건수도 총 4709건에 이른다.

22일 서울 중구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서 김효정 청소년보호팀 팀장이 청소년 온라인 성착취 범죄 양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지은]

청소년들 상당수는 부모님에게 피해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고민 끝에 상담 채널을 찾는다. 자신의 신원이 드러나지 않도록 이름을 온점(.)으로 설정하거나 가명을 제시하는 식이다. 채팅으로 진행하는 상담이다 보니 등교 시간에는 상담할 수 없어 청소년 1명과 며칠간 대화가 이어지기도 한다.

상담사들은 이들을 설득해 전국의 17개 성 착취 피해 아동 청소년지원센터로 연결한다. 이곳에서 피해자들이 법률 상담과 교통비와 식사 등 긴급구조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특히 피해 청소년 중 일부는 가해자에게 협박받으면서도 현재 자신이 성 착취 범죄 피해자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상담사들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김 팀장은 "상담을 청해온 일부 청소년들은 자신에게 친절했던 본인이 당한 일이 성 착취 범죄에 해당하는지 상담사들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있다"며 "성 착취 영상물을 가해자에게 보낸 후 부모님께 말을 못 해 전전긍긍하는 경우도 있어서 영상물 삭제는 부모님 동의 없어도 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고 설명했다.

채팅앱 250여개 모니터링…SNS서 해시태그 수집도

디포유스는 범죄 위기에 놓인 청소년을 직접 찾아내는 일에도 노력하고 있다. 인스타그램과 엑스(구 트위터),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서 청소년이 올린 조건만남, 가출, 담배 대리구매 게시글 등을 추적해 해당 청소년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는 식이다. 성인으로 추정되는 이용자가 기프티콘 등을 통해 환심을 사고 청소년을 유인하려는 정황이 확인된 글들은 직접 플랫폼 측에 삭제를 요청한다.

디포유스의 SNS 상담채널 [이미지출처=엑스, 인스타그램 캡처]

이를 위해 디포유스는 각종 SNS에서 청소년 성 착취 범죄와 연관성이 높은 해시태그를 수집하는 작업을 한다. 키워드를 통해 위기에 처한 청소년을 사전에 탐지해 도움의 손길을 뻗기 위해서다.

김 팀장은 "팀원들이 SNS 게시글을 통해 이용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해시태그를 파악해 매월 공유한다"며 "이를 통해 자신의 신체가 담긴 영상을 판매한다는 글 등을 올린 청소년들을 발견해 디포유스를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가출 청소년이 주로 모이는 특정 SNS도 디포유스가 유심히 관찰하는 대상 중 하나다. 머물 곳을 찾는 청소년들에게 접근하는 성인 이용자의 경우 상담사들이 직접 SNS 피드를 통해 범죄 정황 파악에 나선다. 이 밖에도 디포유스는 지난해 앱스토어에 등록된 800여개의 채팅앱 가운데 범죄 위험성이 높은 250여개의 앱을 추려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게시글을 추적해 삭제를 이끌기도 했다.

김 팀장은 "가출과 담배 대리구매 등은 직접적으로 범죄와 연관성이 없어 보이지만, 실제론 이 글을 시작으로 범죄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해자들이 청소년들을 유인하지 못하도록 사전이 이런 글을 미리 탐지해 쉼터 정도 등 도움을 연계한다"고 말했다.

선물로 호감사며 유인… 온라인 성 착취 범죄 인식 늘어야

김 팀장은 범죄의 예방을 위해 가장 시급한 것은 온라인 성 착취 범죄에 대한 인식 확산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을 비롯해 학부모들도 범죄 심각성과 수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범죄에 노출되거나 제때 대처를 하지 못해 피해가 커지는 사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진흥센터 [이미지출처=한국여성인권진흥원]

특히 청소년들이 온라인상에 개인 신상 정보를 올리는 게 위험하다고 인지할 수 있도록 SNS 사용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팀장은 "온라인 성 착취 범죄는 가해자들이 SNS상으로 청소년들에게 유상으로 선물을 주며 호감을 쌓고 길들이는 '온라인 그루밍' 형태로 발생한다"며 "가해자에게 선물을 받거나 요구에 응했던 청소년들이 이들의 요구에 시달리면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어 "청소년들이 가해자로부터 되려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받는 사례가 많다"며 "2020년 5월 청소년성보호법이 개정된 이래 성 착취 피해 아동 청소년은 처벌을 받지 않고 피해자로 지원받을 수 있다는 점을 꼭 알아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사회부 이지은 기자 jelee042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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