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기자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16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미국 무역 정책의 강경 노선을 재확인하며, 트럼프 정부가 사용했던 대(對)중 고율 관세 조치 부활을 시사했다.
타이 대표는 이날 미 하원 세입 위원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수년 동안 중국의 통제되지 않는 비(非)시장 정책과 행위가 철강, 알루미늄,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핵심 광물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미국에 악영향을 미친 것을 목도해 왔다"며 "이 같은 불공정 행위에 상응한 무역 조치가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지난 4년간 중국에 대한 무역법 301조 적용 검토를 진행해왔으며 해킹 등 중국의 강제적 기술 이전 수단을 비롯한 각종 해악에 전략적·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관세 조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부연했다.
타이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 앞서 제출한 발언 자료에서도 중국의 무역 및 경제 정책들에 대해 "여러 영역에서 의존성과 취약성을 유발하며 미국 노동자들과 기업들을 해치고, 우리의 공급체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무역법 301조에 입각한 새로운 조사를 실시하라는 미국 노동계의 청원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교역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행위로 미국의 무역에 제약이 생기는 경우 보복 조치를 허용한 조항이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무역법 301조를 동원해 수천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5%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 같은 고율 관세 조치를 갱신할지 여부에 대한 검토를 마무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오는 11월 대선에서도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미국의 산업계와 노조, 정치권이 중국의 전기차, 조선업 등 산업 전반에 대해 무역법 301조에 따른 관세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민주당 연방 상원 의원들이 중국의 조선, 해운 산업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USTR도 중국 조선업에 대한 조사 개시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타이 대표는 "중국과 우리의 경제 관계는 복잡하다"며 "바이든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우리는 중국과 갈등이 아닌 진정한 경쟁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역 상대국에 대한 의존성과 취약성을 줄이고, 공급망을 강화하는 것이 올해 USTR의 주된 우선순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