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인턴기자
미국 헌정사상 최초 피고인 신분으로 형사 법정에 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조는 모습이 포착됐다.
15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외신들은 성추문 입막음 재판에 참석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판에서 꾸벅꾸벅 졸았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NYT는 "판사가 변론을 듣고 변호사가 자신에게 메모를 전달하는 와중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느라 입이 벌어지고 고개가 가슴팍까지 떨어졌다"라고 묘사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점심시간 이후 배심원단 선정 절차가 시작됐는데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눈꺼풀이 계속 감기자 변호인단이 그의 잔에 음료를 채워주고, 어색한 눈빛을 주고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 중 여러 번 눈을 감았으며, 살짝 잠이 든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또 입이 열렸다가 닫히거나, 눈꺼풀이 살짝 열려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판 중 실제로 잠이 든 것인지 진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재판은 TV로 중계되지 않으며 사진은 재판 시작 전에만 허용되기 때문이다. 소수의 기자만 현장에서 배심원 선정 과정을 지켜봤으며, 다른 기자들은 인근 법정에서 영상으로 진행 과정을 접했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간 82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을 '슬리피(sleepy·졸린) 조'라고 부르며 '고령 논란'을 꼬집어왔다는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78세로 바이든 대통령과 4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데, 이날 마찬가지로 자신도 법정에서 조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이 소식을 접한 민주당은 반격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케이트 베딩필드 전 백악관 공보국장은 "슬리피 돈(Sleepy Don)"이라고 비꼬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선임고문을 지낸 댄 파이퍼는 "트럼프가 자신의 형사재판에서 깨어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늙고 약하다면 (대통령이 된 후) 상황실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겠냐"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번 재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걸려 있는 4건의 형사재판 중 유일하게 11월 대선 전에 열리는 재판의 첫 공판이었다. 2016년 10월 대선 직전 포르노 배우였던 스토미 대니얼스가 자신과의 불륜 관계를 공개하려 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입막음용 13만달러(약 1억7500만원)를 건넨 뒤 이를 기업 회계장부에 반영해 문서를 위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4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앞으로 6~8주 동안 매주 수요일을 뺀 주 4회 집중 재판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