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앞으로 자살 사건을 보도하면서 기사 제목에 '극단적 선택' 또는 '극단 선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 언론중재위원회의 시정 권고를 받게 된다.
15일 언론중재위원회(이하 '언중위')는 오는 5월1일 이후 자살 사건과 관련한 기사 제목에 '극단적 선택'이나 '극단 선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기사에 대해 시정을 권고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언론 매체는 기사 제목에 '자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는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을 준수해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대신 사용해 왔다.
하지만 이에 대해 언중위는 이러한 표현들은 자살을 사망자의 능동적 선택으로 오인하게끔 만들어 '자살이 선택 가능한 대안 중 하나'라는 그릇된 인식을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극단적 선택' 등의 표현이 유사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게 모방 자살을 부추길 위험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극심한 정서적 고통으로 이성적 판단이 어려운 상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동을 한 것을 개인의 선택으로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따라서 언중위는 앞으로 불가피하게 자살 사건을 보도해야 하는 경우 '사망' 혹은 '숨지다'와 같은 객관적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언중위는 자살 사망자 또는 유족의 신상을 공표하는 보도, 자살 장소 및 방법 등을 상세히 묘사하는 보도, 자살 동기를 단정하는 보도에 대해 시정을 권고해왔다. 또 한국기자협회, 보건복지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함께 마련한 '자살보도 권고기준 3.0'은 자살 보도에서 '자살', '스스로 목숨 끊다', '극단적 선택', '목매 숨져', '투신 사망' 등과 같은 표현 대신 '사망', '숨지다' 등과 같이 객관적 사망 사실에 초점을 둔 표현을 쓰라고 권하고 있다.
조남태 언중위 심의실장은 "40분에 한 명, 하루에 36명, 1년에 1만2000명이나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 현실을 생각할 때 조금이라도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며 "자살 보도에서 독자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용어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모방 자살을 줄이기 위한 노력의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나종호 예일대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교수는 지난해 1월 tvN 예능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해 "언론에서 자살을 보도할 때 선택의 일부인 것처럼 보여지면 안 된다. 정신질환 등으로 세상을 떠난 분들에게 '선택'했다고 하는 건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며 "남은 유가족들은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