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기자
대정부 일시대출금은 정부가 일시적인 자금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는 제도다. 한은법 제75조와 국고금 관리법 제32조에 근거에 마련된 제도로, 개인이 은행에 마이너스 통장을 열어두고 돈이 필요할 때마다 쓰고 갚는 구조와 비슷해 ‘정부의 마이너스 통장’이라고도 불린다.
국고금 관리법 제32조를 보면 정부는 재정이 부족할 때 재정증권을 발행하거나 한은으로부터 일시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재정증권은 만기 1년 미만인 단기국채로, 발행할 때마다 입찰 공고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일시대출금은 국회가 정한 한도 내에서 금융통화위원회로부터 대출이자나 부대조건 등을 확인한 후 빠르게 집행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올해 일시대출금의 한도는 ▲통합계정 40조원 ▲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 등을 더해 최대 50조원이다.
단 일시차입금의 경우 한은이 돈을 발행해 조달하는 구조라 시중 유동성을 늘릴 수 있다는 게 문제다. 심할 경우 통화량 왜곡 현상을 불러오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앙은행의 독립성 훼손 우려도 크다. 한은이 일시차입금의 부대조건을 명시하며 관리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우려 때문이다. 지난 1월 금통위서 의결한 ‘2024년도 대정부 일시대출금 한도 및 대출조건’을 보면 금통위는 부대조건에 ‘정부는 일시차입금 평잔이 재정증권 평잔을 상회하지 않도록 관리하여야 한다’는 문구를 새로 추가했다. 일시적인 부족 자금이 발생할 때 일시차입금보다 재정증권을 먼저 활용하도록 한 것이다. 또 ‘정부는 평균 차입일수 및 차입누계액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문구도 추가해 차입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유도했다.
한편 올해 3월 말 현재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 대출하고 아직 갚지 않은 잔액은 총 32조5000억원이다. 이는 통계가 존재하는 2011년 이후 가장 큰 일시 대출 규모다. 지난해 1분기 잔액(31조원)보다도 1조5000억원이 더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