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생각의 크기가 시장의 크기다<3>

편집자주이해선 한국마케팅협회장은 브랜드를 만드는 작업이 늘 인간 두뇌와의 한판승부였다고 말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사람들의 두뇌에 각인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제품의 브랜드명을 듣는 순간 눈에 보이지 않는 이미지가 떠올라야 성공한 브랜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잘 만들어진 브랜드는 고객의 기억에 오래도록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 내가 만든 브랜드가 어떤 가치를 전달할 것인가? 이 브랜드가 어떻게 이어지도록 만들 것인가? 이것이 바로 마케터가 평생 가져가야 할 생각이다. 글자 수 1026자.

결국 마케팅은 뇌의 작용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고객의 입장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뇌인지 과학이 중요하다. 뇌 기능을 파악하면 마케팅이 보인다. 기업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전략(Strategy)'과 '개념(Concept)'은 뇌의 활동에서는 신뇌(New Brain)에서 일어나는 생각의 영역에 속한다. 전략은 '생각의 선택적·효율적 집합체'이다. 그리고 개념은 '생각의 그릇'이다.

(중략)

지금 한국 범종의 원형인 신라의 범종은 중국이나 일본의 범종과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종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인정받아 한국의 범종은 '코리안 벨(Korean Bell)'이라는 독자적인 학명을 취득하기도 했다. 에밀레종이 '코리안 벨'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 것이다.

마케터의 시선으로 에밀레종을 바라본다. 모두의 가슴을 두드리는 아름다운 소리, 지금도 구현해낼 수 없는 최고의 기술력, 하늘을 나는 비천상이 아름답게 새겨진 예술적인 디자인, 그리고 결정적으로 애끓는 공명음에 어울리는 애절한 스토리. 이만큼 독특한 가치를 지닌 브랜드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에밀레종의 모든 것이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는 이유일 것이다.

뇌를 이용한 마케팅에는 이렇게 우리의 정서를 담당하는 전전두엽피질 차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우리는 전전두엽피질을 통해 기쁨, 슬픔, 행복, 분노, 열정, 사랑 등을 느낀다. 전전두엽피질을 자극하기 위해선 콘셉트의 발굴과 진화가 필요하다.

여기에 오감을 활용해 감정뇌 기억장치인 대뇌변연계를 자극할 수 있는 최적의 경험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것이 반복되면 결국 영속적이고 특별한 가치가 되어 뇌 속의 기억장치에 문신처럼 영원히 남는 브랜드가 된다.

이렇게 최고의 브랜딩이란 하이테크(High tech)의 과학기술과 하이터치의 예술적 감각의 결합물이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문화적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마케팅이란, 고객에게 가장 필요한 상품을 제공하는 동시에 고객의 뇌리에 기억될 브랜드라는 영속적이고 특별한 가치를 만들어내는 모든 행위를 뜻한다.

-이해선, <생각의 크기가 시장의 크기다>, 세이코리아, 2만3000원

산업IT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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