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정일웅기자
한국조폐공사가 신분증 위·변조 방지 기술혁신에 가속 페달을 밟는다.
9일 조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출·입국한 내외국인은 6800만여명으로 집계된다. 2022년 1900만여명보다 251% 늘어난 규모로, 국경을 넘나드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여권 보안기술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여권을 위·변조하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 점은 여권 보안기술의 중요성을 높이는 주된 요인이 된다. 실례로 한국 여권을 위·변조한 사례는 2021년 1014건에서 2022년 2003건, 지난해 2944건 등으로 늘었다. 단 보안이 강화된 차세대 전자여권을 위·변조 사례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조폐공사는 여권을 제조·발급하는 국내 유일 제조기관으로, 2011년 12월부터 차세대 전자여권을 발급하고 있다. 이 여권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 이미지와 문양이 어우러지고, 선사시대~조선시대 유물을 배경으로 디자인된 점이 특징이다.
특히 개인정보 면은 국민의 신원정보가 담겨 여권에서 보안이 가장 중요한 페이지다. 이를 고려해 조폐공사는 차세대 전자여권을 종이 재질이 아닌 폴리카보네이트(PC) 재질로 변경해 내구성과 보안성을 두루 강화했다. 무엇보다 위·변조가 어려운 최고 수준의 보안 요소가 설계·적용됐다. 차세대 전자여권을 위·변조한 사례를 쉽게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조폐공사는 여권 뿐 아니라 외국인을 위한 신분증(등록증)도 제조한다. 외국인등록증은 대한민국 사증(VISA)을 소지한 외국인이 90일을 초과해 대한민국에 체류할 때 필수적으로 필요한 신분증으로, 조폐공사의 최신 보안기술을 적용해 제조?발급한다.
여권과 외국인등록증 신분증의 위·변조를 막기 위한 조폐공사의 기술혁신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신분증에 적용할 새로운 보안기술 연구를 이어가는 동시에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하는 게 핵심이다.
우선 조폐공사는 디지털 전환에 따른 모바일 신분증과 IC칩이 내장된 신분증 제조에 필요한 디지털 기반의 보안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2020년 모바일 공무원증을 시작으로 2022년 모바일 운전면허증 그리고 지난해 국가보훈등록증을 도입한 데 이어 내년 17세 이상 국민에게 모바일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기 위한 준비가 한창인 것이다.
또 지난달에는 법무부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 감식과 관계자를 초청해 최근 국내외 전자여권과 외국인등록증의 위·변조 동향을 공유하는 세미나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조폐공사와 법무부 관계자들은 국내에서 불법체류, 취업 활동 등의 목적으로 외국인등록증을 위·변조한 사례와 수법을 상호 공유했다.
성창훈 조폐공사 사장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위·변조 방지 기술을 개발해 국민이 편리하고, 안전하게 전자신분증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무엇보다 조폐공사의 ICT 기술이 가짜 없는 신뢰 사회를 구현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사회가 조성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