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선도적 R&D, 앞서간 경쟁자 따라잡을 수 있나

대통령실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정부 측에게서는 국가 연구개발(R&D)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추격자가 아니라 선도자가 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의 연구 수준과 목표가 이런 기준에 맞는 걸일까.

양자(Quantum)는 국가 12대 전략기술이면서 3대 게임체인저 미래기술이다. 갈 길은 멀지만, 꼭 확보해야만 하는 기술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인공지능, 첨단바이오, 양자 등 3대 미래기술 투자 강화에 더해 연구개발 예산과 세제 혜택을 패키지로 지원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해외기업들은 이미 양자 분야에서 진격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퀀티넘은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달성했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꼭 필요한 오류 문제 해결에서 결정적인 돌파구를 마련했다는 내용이다. 이번 발표는 전 세계적인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앞서 IBM은 1000큐비트급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했음도 공표했다.

우리는 어느 정도의 수준에 있을까. 우리는 올해 20큐비트급, 2026년에는 5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개발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이미 상당한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과연 세계 최고 수준의 R&D가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다. 물론 과기정통부도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를 개발하겠다면서 약 1조원가량의 예산투입에 대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해 두고 있다. 이미 1년이 됐지만, 아직 결론이 안 나오고 있다. 경쟁자들은 뛰어가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꿈만 세워두고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예타는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높이면서 대규모 예산 집행 사업에 대한 우선순위와 적정 투자 시기 등을 거증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런 예타의 문제는 후행성이라는 데 있다. R&D에서 후행성은 치명적인 한계다. 우리가 양자에 대한 투자를 고민하는 동안 해외 연구팀들은 저만치 앞서갔다.

이제 예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 재정이 어렵고 효율도 중요하지만 예타가 국가의 미래를 책임질 기술에 걸림돌은 되어서는 안 된다. 전면은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변화라도 필요하다. 류광준 과기정통부 과기혁신본부장은 "예비비를 R&D에도 적용하고 싶다"라고 희망했다. 이 정도면 희망 고문이 아닐까. 희망이 있어야 미래도 있는 법이다.

산업IT부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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