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기자
최근 한국의 내수 부진 상황은 고금리, 고물가와 부동산 경기 침체가 맞물린 결과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왔다.
아시아경제가 국내외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은행·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 등 경제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5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가량이 고금리, 고물가와 부동산 경기 침체를 내수 부진의 원인(복수응답)으로 꼽았다. 내수 부진을 해결하기 위해선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작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9차례 연속 동결해 연 3.50%를 유지하고 있다. 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체감 물가도 높은 상황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해 2개월째 3%대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고물가를 내수 부진의 원인으로 짚었다. 백윤민 교보증권 애널리스트는 “높은 체감 물가와 연체율 부담으로 가계와 기업의 지출 심리가 부진하다”며 “기업은 제조업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고 가계는 실질 구매력이 둔화되면서 경제활동 동력이 제한됐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경기 위축, PF 이슈 등으로 인한 건설투자 침체 지속도 원인으로 꼽혔다.
김응태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반등하고 있으나 수출의 낙수효과가 약화되고, 고금리 고물가가 장기화되면서 내수 부진이 장기화되는 모습”이라며 “높은 가계부채 비중으로 민간소비가 회복되기 쉽지 않은 가운데 부동산 경기 위축과 PF 이슈로 건설투자의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허지수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고물가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 고금리 기조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 확대로 민간소비가 부진하다”며 “건설사 비용부담과 주택경기 악화로 건설투자 회복세도 더디게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인구 고령화와 가계부채 부담 등 구조적 리스크를 원인으로 짚는 전문가도 있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업종별 불균형, 가계부채 부담, 인구 고령화 등 각종 구조적 리스크가 내수 부진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전문가 7명은 내수 부진 해결을 위해 우선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임금 인상을 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하면 적절한 금리 인하가 내수 진작에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 안정이 선결 조건"이라면서도 "결국 금리 인하가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이 높은 개선 방안"이라고 말했다.
물가 대책, 고용회복 등 구조적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는 전문가들도 있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는 근본적인 개선 방안은 아니다"며 "환율과 물가 안정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를 통해 비용을 완화하는 한편, 구조개혁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경기 부진과 산업 구조조정 지연, 인플레이션 장기화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며 “중장기적인 구조조정과 취약계층 개선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한편 인위적인 개선은 불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레버리지를 이용한 소비를 경계해야 하므로 인위적인 내수 개선은 필요 없다”며 “하반기 금리 인하에 맞춰 자연스레 내수가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석길 JP모건 본부장은 “현재의 내수 부진은 인플레이션을 안정화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