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에 달려 나가는 유리 기판株

필옵틱스·와이씨켐, 7거래일 만에 '더블'
AI로 데이터 처리량 급증…유리 기판 시장 성장 기대

국내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유리 기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필옵틱스 와이씨켐 HB테크놀러지 등 유리 기판 관련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진 상장사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인텔을 비롯해 SKC, 삼성전기 등이 유리 기판 관련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면서 기대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필옵틱스 주가는 최근 7거래일 동안 97% 올랐다. 와이씨켐 주가는 112% 상승했고 HB테크놀러지, 켐트로닉스 등도 20%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리 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소재 대신 유리를 채용한 기판을 뜻한다. 유기 소재보다 딱딱해서 세밀한 회로 형성이 가능하고, 열과 휘어짐에도 강해서 대면적화에 유리하다. 전기신호 손실과 신호 속도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중간기판 없이 MLCC 등 수동 소자를 유리에 내장할 수 있어 더욱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하는 것도 가능하다. 반도체 업계는 유리 기판을 채용하면 실질적으로 반도체 미세공정을 두 세대 이상 앞당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유리 특성상 외부의 강한 충격이나 누적 압력에 취약해 제조 시 수율을 높이기 어렵다. 수율이 낮다는 것은 제조단가가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 기판은 위층 회로선과 아래층 회로선이 만날 수 있도록 표면에 구멍을 내야 한다. 구멍을 뚫을 때 유리 코어층이 깨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고도의 드릴 기술이 필요하다.

이창민 KB증권 연구원은 "유리 기판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AI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AI 데이터 처리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2030년에는 유기 소재 기판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르면 2026년부터는 인텔, 엔비디아, AMD 등 고성능 컴퓨팅(HPC) 업체들이 유리 기판을 채용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AI 가속기와 서버 CPU 등 고품질 제품에 먼저 탑재된 후 점차 채용 제품군이 확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인텔은 지난해 5월 유리 기판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인텔은 국내 일부 반도체 장비업체와 협업하면서 유리 기판 적용을 위한 준비를 지속하고 있다. SKC를 비롯해 삼성전기, LG이노텍 등 국내 대기업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유리 기판 생산을 위한 투자에 나섰다. SKC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회사인 미국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와 합작해 앱솔릭스를 설립했다. 앱솔릭스가 유리 기판을 생산하기 위해 생산공장을 미국 조지아주에 세웠다. 2억4000만달러를 투자했고 올해 2분기부터 생산을 시작한다.

앞서 삼성전기는 올해 초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 유리 기판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삼성전기는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등 그룹 주요 계열사와 공동으로 유리 기판 연구개발(R&D)에 착수한다. LG이노텍도 유리 기판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북미 반도체 회사가 유리 기판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비 업체들도 유리 기판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장비 양산을 추진 중이다. 필옵틱스는 지난달 말 반도체 패키징용 TGV 양산 장비를 공급했다. 반도체용 글라스 기판 제조 장비를 양산 라인에 공급하는 것은 필옵틱스가 최초다. 와이씨켐은 지난해 반도체 유리 기판 전용 핵심 소재 3종을 개발했다. 최근 고객사 연구개발 평가를 거쳐 양산 인증 평가에 들어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AI 반도체와 관련해 관심이 커지면서 신기술 보유 업체가 주목받고 있다"며 "양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실제 매출로 연결될 가능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증권자본시장부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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