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곳, 수천 개의 눈이 지켜봐…센서 대신한 '인간 검토자'

'인간 검토자'가 결제 품목 체크해
1000건 중 700건은 사실상 수동
비용 폭증 부담 결국…단계적 축소

2016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아마존 무인 매장 '아마존 고'. 손님이 바코드를 찍을 필요 없이, 그저 원하는 물건을 들고 밖으로 나가면 알아서 결제되는 완전한 자동화 상점이었다.

그러나 이 매장은 최근 돈 먹는 하마 취급을 받으며 줄줄이 폐쇄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게다가 더 충격적인 소식도 전해졌다. 최첨단 자동화 매장인 줄 알았던 이곳은 사실 1000명 넘는 인도인 원격 근무자들이 일일이 상품 라벨을 보고 분류해야 돌아가는 시스템이었다.

계산대를 거칠 필요 없이 물품을 집기만 하면 인공지능(AI)과 센서가 자동으로 결제해주는 시스템이다. [이미지출처=아마존 유튜브]

3일(현지시간) 미국 테크 전문 매체 '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아마존이 미국 내 '아마존 고'를 단계적으로 폐쇄하고 있다며 보도했다. 아마존 고는 상점 천장에 달린 여러 대의 센서가 고객의 물품을 추적, 결제까지 자동으로 해주는 완전 자동화 무인 매장이다. 아마존은 이 기술을 '그냥 걸어 나가세요(Just walk out·저스트 워크 아웃)'라고 불러왔다.

그러나 매체는 이 기술 뒤엔 사실 수천 명의 저렴한 인력이 필요했다고 폭로했다. 센서와 QR 코드 스캔만으로는 정확한 결제가 어려운 탓이다. 아마존 고 매장 내 카메라 영상은 원격 근무처로 전송되며, 이곳에 있는 약 1000명의 인도인 직원들이 직접 동영상을 보고 물품 라벨을 정확히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는 것이다.

무인 매장의 QR 코드 스캔 시스템을 확인하는 아마존고 직원.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첨단 기술과 그에 못지않은 상당한 인력이 투입됐지만, 아마존은 저스트 워크 아웃을 서서히 폐기할 방침이다. 대신 아마존은 좀 더 전통적인 무인 매장 솔루션인 '셀프 계산대'를 도입한다.

저스트 워크 아웃은 2016년 처음 공개됐으며, 특히 아마존은 당시 식료품 쇼핑 분야에서 이 기술이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저스트 워크 아웃은 시작부터 난기류를 만났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한 뒤 자동 결제가 완료되고 영수증을 받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가 하면, 고객이 집어 든 물품을 추적하는 스캐너와 센서 시스템은 간혹 오류를 일으켰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자동화 시스템의 터무니없이 높은 비용이었다.

결국 아마존은 자동화된 센서 결제 체계 뒤에 또 다른 '인간 검토자'를 둬야만 했다. 2022년 기준 저스트 워크 아웃이 처리한 결제 품목 1000건 중 700건은 인간 검토자의 손을 따로 거쳤다고 한다. 즉, 무인 매장 결제 시스템의 70%가 사실상 수동이었다는 것이다. 아마존의 인간 검토 비율 내부 목표치는 '1000건 중 50건'이었는데, 크게 빗나간 셈이다.

저스트 워크 아웃 기술은 미국, 영국 내 소수 상점에 도입됐으며, 일부 편의점이나 축구·야구 경기장 내 판매점에도 도입됐다. 아마존은 저스트 워크 아웃을 축소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술 자체는 계속해서 개선할 방침이다.

이슈&트렌드팀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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