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가짜신분증' 작정하고 모텔 찾는 청소년들…사장님은 '울분'

청소년보호법 위반, 잇단 벌금형
깜박 졸아 CCTV 놓쳐 단속되기도

최근 만화카페, 룸카페 등이 청소년 탈선의 온상으로 지적되는 가운데 교묘한 방법을 써서 모텔을 이용하려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가짜신분증·여장 등으로 업주를 속이거나 무인 업소의 CCTV를 피하는 방식인데, 애꿎은 업주만 잇달아 처벌받고 있다.

24일 오후 찾은 서울 중구의 한 무인 모텔 키오스크엔 ‘미성년자 절대 출입 금함. CCTV 24시간 관찰 중. 즉시 경찰에 신고함’이라는 메모지가 붙어있었다. 현장 결제 고객으로 이용하려고 보니 주민등록증 또는 운전면허증을 신분증 스캐너에 인증해야만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해당 시스템이 모든 무인 모텔에 적용돼있는 것은 아니다.

모텔 간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제 무인 모텔 업주가 깜박 졸아 CCTV 화면을 놓쳤다가 경찰에 단속돼 벌금형을 받은 경우도 있다.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 김도형 판사는 지난달 17일 무인 모텔 업주 A씨(52)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오전 3시26분께 원주시의 한 무인 모텔에서 19세(남)와 15세(여)를 혼숙하게 했다. A씨 측은 "평소 CCTV로 지켜보다가 연령대가 수상하면 신분 확인 절차를 거쳤다. 깜박 조는 바람에 이를 놓쳤다"며 선고 유예를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2016년 동종 범죄로 벌금을 낸 전력이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모텔 업주가 상주해도 청소년의 출입을 100%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성인처럼 보일 경우 신분증 검사를 하지 않을 수 있고, 다른 사람 또는 위조 신분증을 제시하는 등 온갖 방법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서보민 판사는 지난 13일 모텔 업주 B씨(82)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B씨는 서울 광진구의 한 모텔을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해 4월 오후 9시께 14세 청소년 4명(남 2명·여 2명), 15세 1명(여)의 신분증을 확인하지 않고 객실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다.

또 인천지법은 지난해 6월 여장을 한 남학생에게 속아 재판에 넘겨진 모텔 주인 C씨(61)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남학생은 얼굴에는 화장을 하고 짧은 치마에 스타킹을 신었다. C씨가 요금을 받기 전 "남자 아니냐"고 묻자 여자 목소리를 냈다.

청소년보호법에는 ‘청소년을 남녀 혼숙하게 하는 등 풍기를 문란하게 하는 영업행위를 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형사처벌 외에도 공중위생관리법에 의해 영업정지와 영업장 폐쇄 명령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지난해 민생규제 혁신방안에서 청소년 위·변조 신분증에 속은 자영업자는 처벌을 면제한다는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했지만 입법적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청소년의 비행 문제가 심각해지고, 건전한 성장과 발달의 측면에서 법 자체의 유지는 필요하다”면서도 “숙박업자가 확인 의무를 다했거나 교묘한 방식을 사용한 경우 형사처벌을 하는 것은 너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사회부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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