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중국이 지탱' 80달러선 회복한 유가, 더 오른다

"올해 3분기 90달러대 예상"
중국 경기회복세에 수요 확대
유가 지탱하는 지정학적 위기

[이미지출처=TASS연합뉴스]

국제유가가 연내 85~90달러선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올 정도로 고유가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지역의 전쟁과 석유공급망 지역들에 발생한 지정학적 위기로 유가가 80달러선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있는 상황. 그동안 경기 악화로 석유수요가 감소했던 중국에서도 수요가 살아나면서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국제유가…"화석연료 단계적 폐지는 환상 불과"

미국 에너지청(EIA)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북해산 브랜트유 가격 평균을 배럴당 88달러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달 단기전망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배럴당 4달러 높은 수치다. EIA는 "지정학적 위기 상황 지속과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연장, 경기회복세 등이 유가 상승요인으로 작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스위스 소재 글로벌 원유거래업체 군보르의 프레데릭 라세르 글로벌 리서치·분석 총괄도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OPEC+ 회원국들이 추가 감산 연장을 하지 않더라도 3분기에 배럴당 85∼90달러에 거래될 가능성이 높다"며 "올해 2분기 이후에도 OPEC+ 회원국들이 감산을 연장한다면 유가는 여기서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국제유가는 80달러선 밑으로 떨어지지 않을 분위기다. 화석연료 수요가 앞으로도 줄어들지 않을 것이란 장기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대체율이 형편없이 낮은 상황에서 석유와 가스사용의 단계적 폐지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석유와 가스사용을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환상을 버리고 현실적 수요를 적절히 반영해야한다"며 "20년간 전세계가 신재생에너지에 9조5000억달러(약 1경2682조원)를 쏟아부어 투자했음에도 풍력과 태양광은 전체 에너지 공급 비중이 4% 미만이며, 전기차의 보급률은 3% 미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중동의 지정학적 위기 장기화…선박유 사용량 늘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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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을 뒷받침하는 가장 큰 요인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교전과 같은 국지적인 전쟁들과 여기에 얽혀 파생된 수많은 지정학적 위기들이 꼽힌다. 특히 중동 석유가 전세계로 수출되는 관문인 홍해 지역에서 예멘 후티반군의 유조선 공격이 이어져 공급망이 위협받자 유가가 좀처럼 내려오질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자재 중개업체인 비톨그룹의 러셀 하디 CEO는 지난 21일 에너지 컨퍼런스에서 "홍해에서 후티반군에 의해 발생한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전세계 선박들은 수에즈운하 항로를 이용하지 못하고 우회하면서 항로길이가 약 3% 이상 늘어났다"며 "이로인해 선박용 석유의 사용량이 늘어나 전세계 석유수요가 하루 10만배럴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후티반군은 이스라엘에 대항해 하마스를 지원한다며 예멘 해안 인근을 통과하는 상선 및 유조선에 무차별 공격을 가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동유럽으로 향하는 송유관이 집결돼있던 우크라이나도 전쟁에 휩싸이면서 역시 유가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유가 전문매체인 오일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지난달 말부터 우크라이나가 무인기(드론)을 이용해 러시아의 주요 송유관 시설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면서 유럽 지역의 석유 및 가스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일부 국가들의 석유 사재기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동석유 최대 고객, 中 경기회복세도 반등에 영향

[이미지출처=신화연합뉴스]

그동안 부동산 경기 악화로 침체국면을 맞이했던 중국 경기의 회복조짐도 유가 상승 배경 중 하나다. 중국의 석유 수요 확대 기대감이 앞으로 유가 상단을 더욱 자극할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중국의 올해 1~2월 산업 생산량은 전년동기대비 7.0% 증가해 지난달 증가세인 6.8% 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소매판매 증가율도 5.5%를 기록해 전망치인 5.2%를 웃돌았다. 이러한 경기회복 조짐이 보이면서 1~2월 중국의 원유 정제량도 전년동기대비 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유가가 이러한 중국의 경기회복과 원유 정제량에 민감한 이유는 중국이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이기 때문이다. 2017년 미국 EIA는 중국이 하루 840만배럴의 원유를 수입해 미국(790만배럴)을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셰일오일 생산으로 산유국으로 떠오른 미국의 중동 석유 의존도가 5% 정도로 급감하면서 국제유가는 중국 경기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겔버앤어소시에이츠도 주요외신에 "중국산 원유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국제유가 상승의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기획취재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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