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격려 방문한 다음 날 서울아산병원의 필수 의료과 교수가 사직 의사를 밝혔다.
서울의 빅5 병원 중 한 곳인 서울아산병원 최세훈 흉부외과 부교수는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흉부외과의 미래가 없다"며 공개 사직 의사를 밝혔다. 최 교수가 속한 흉부외과는 이른바 '내외산소응(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응급의학과)' 5대 필수 의료과 중 한 곳이다.
그는 “매일 악몽을 꾸는 것만 같다”면서 “불과 한 달 만에 이 땅의 의료가 회복불능으로 망가져 버렸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최 교수는 "불과 한 달 전, 우리 팀이 전부 있었을 때는 어떤 환자가 와도 무서운 것이 없었는데 이제는 환자를 보는 것이 무섭고 괴롭다"며 "불과 한 달 만에 이 땅의 의료가 회복 불능으로 망가져 버렸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전공의·전임의가 사직한 후 혼자서 수술할 수 있는 환자는 이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며 "작년에만 해도 '폐암 진단 후 1달 이내 수술하는 비율'을 따졌는데, 지금 폐암 환자들은 기약 없이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고 빅5라는 서울아산병원이 이러한 현실이니 다른 병원은 오죽하겠느냐며 개탄했다.
최 교수는 "당직이 아닌 날도 불면증에 시달리며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는 제 모습이 자신도 낯설어 무섭다"고 지난 한 달여 겪었던 고통을 호소한 뒤 "온 나라 의료 체계를 바꾸는 것은 더 신중해야 한다. 이렇게 졸속으로 강압적으로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정부를 겨냥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무자비한 정책으로 전공의들 모두 미래에 절망한 채 자발적 사직을 결정했다”며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다면 흉부외과의 미래는 없다”고 강변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누가 이 나라 의료를 망하는 길로 몰아가고 있나. 누가 우리 국민들을 위협하고 있나. 누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으로 환자를 살리던 젊은 의사들을 절망 속에 떠나가게 했다”라며 “떠나간 젊은 의사들이 살릴 수 있었던 수많은 국민이 고통 속에 죽어 갈 때 그 책임이 이 일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인간들에게 있었다는 것만은 국민들이 오래 기억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서울아산어린이병원을 찾아 의료진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부를 믿고 대화에 나와 달라"면서 "후배들을 설득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