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도 운행'…패러글라이딩 줄사고에도 안전 대책 '미흡'

최근 4년간 사고 건수 42건
지난해 14건으로 대폭 늘어
"실제 사고 건수 더 많을 것"

지난 15일 오후 4시께 충북 단양군 가곡면에서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하던 조종사 한 명이 숨지고 체험객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상공 20m에서 활공하던 기체는 거센 바람이 불자 한쪽 날개가 접히며 수직 추락했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는 "당일 단양에 강한 바람이 불어 많은 업체가 오후 1시께 운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안다"며 "해당 업체에서 뒤늦게 체험객을 받았는데 이게 사고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지출처=픽사베이]

매년 패러글라이딩 체험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늘고 있지만, 안전 대책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패러글라이딩은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철 이용객이 증가하는 만큼 관련 대책 마련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3월18일까지 발생한 패러글라이딩 사고는 모두 42건으로, 같은 기간 발생한 사망자 수는 20명으로 집계됐다. 중상자 수도 33명으로 사고 발생으로 인한 사망 및 중상자 비율이 높았다.

최근 4년간 패러글라이딩 사고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20년 9건이었던 사고 건수는 2021년 8건으로 주춤했으나, 2022년 11건, 지난해 14건으로 크게 늘었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는 "패러글라이딩은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업체끼리 합의해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돼 뒤늦게 신고하는 사례까지 포함하면 실제 패러글라이딩 사고는 집계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공사업법 제50조에 따르면 항공레저 스포츠 사업을 경영하려는 자는 국토부가 정한 바에 따라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추게 돼 있다. 현재 국토부 소속 서울지방항공청은 사업자의 패러글라이딩 자격증 유무, 비행시간, 이·착륙장의 거리 및 상태 등이 조건을 충족하는지 점검한 뒤 경영 허가를 내주고 있다.

그러나 이후 운영 과정에서의 안전 점검은 거의 없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러글라이딩은 강풍, 호우, 황사 등 악천후가 예고될 때도 운영 여부는 업체와 조종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겨진다. 초경량비행장치로 분류되는 탓에 비행기와 달리 기상·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비행이 가능한 탓이다.

체험객을 대상으로 한 비행 전 안전 교육도 부실하다는 평가다. 항공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패러글라이딩 업체는 비행 전 안전을 위한 주의사항을 체험객 및 조종사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편의상, 이·착륙 직전 지시사항을 설명하는 데 그치는 업체가 많아, 체험객이 이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비행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지방항공청 관계자는 "최근 패러글라이딩 사고가 잦아져 1년에 한 번씩 나가는 정기 점검 외에 안전 장비, 교육, 기상·기후 조건 등을 점검하는 불시 특별 점검을 강화하려고 한다"며 "패러글라이딩 업체 및 체험객이 모두 안전 수칙을 준수하며 비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부 이서희 기자 daw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